쿠팡이 쏘아올린 '멤버십 효과'···유통가 '록인경쟁' 뜨거워진다
매출 7.4조 분기 최대 매출 경신
국내 유통 시장 4% 클때 20%↑
"멤버십 지구 최고로 혜택 확대"
신세계도 통합 멤버십으로 맞불
롯데는 체험형 매장으로 차별화
쿠팡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또 한번 ‘로켓 펀치’를 날렸다. 고금리·고물가로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내며 확실한 성장 궤도에 안착했음을 재확인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에 기반한 서비스 및 로켓배송 취급 품목 확대가 1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회원 확보를 위한 멤버십 혜택 강화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004170)와 롯데도 계열사 간 통합 멤버십 론칭, 체험형 매장 확대, 배송 강화를 위한 물류 시설 보완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니버스’ 구축으로 충성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기 위한 ‘이마롯쿠(이마트(139480)·롯데·쿠팡)’의 충성 고객 확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 10일(한국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7조 3990억 원(약 58억 53만 달러·분기 환율 1275.58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1362억 원(약 1억 677만 달러)으로 지난해 3분기(1037억 원), 4분기(1133억 원)에 이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2478억 원, 당기순손실 2521억 원을 기록한 쿠팡은 수익성 개선으로 1년 만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1160억 원)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쿠팡의 매출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연간 성장률(달러 기준 11.8%)까지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쿠팡이 발표한 1분기 매출 신장률은 원화 기준 20%, 달러 기준 13.4%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분기 매출 20% 성장’은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올 1분기 유통 업황 전반이 침체한 상황과 비교해 눈에 띄는 성과라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유통시장 규모는 125조 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호실적의 핵심 동력으로 신사업 ‘로켓그로스’를 꼽았다. 로켓그로스는 오픈마켓 판매자가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포장·배송·반품 등을 모두 쿠팡이 담당하는 서비스다. 직매입 사업자처럼 상품을 익일 로켓배송으로 보낼 수 있어 판매자의 호응이 높았고 익일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군이 늘어나 소비자로부터의 반응도 좋았다. 실제로 로켓그로스 도입으로 쿠팡 제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했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어 쿠팡 활성 고객은 1901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1811만2000명) 대비 5% 증가, 2000만 명을 목전에 뒀으며 1인당 고객 매출 역시 38만9050원(305달러)으로 8% 뛰었다. 김 의장은 “앞으로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로켓배송 셀렉션이 대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앞으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쿠팡을 통해 유료 회원제에 기반한 수익 모델의 가능성이 증명되면서 업계 주요 플레이어들은 멤버십 강화와 개편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유통 시장에서 충성 고객을 얼마나 확보해 락인(lock in·묶어두기)에 성공하느냐가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업체별 매출 점유율은 신세계·이마트가 5.1%, 쿠팡이 4.4%, 롯데쇼핑(023530)이 2.5%로 격차가 크지 않고, ‘빅3’의 합계도 10% 대에 불과하다. 각 회사가 여러 채널에 분산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회원용 혜택’에 골몰하는 이유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유통업체를 골라 소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유통 3사의 경영 전략도 비슷해지고 있다”며 “충성 고객 유치는 이른바 ‘이마롯쿠 경쟁’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쿠팡이츠 배달 음식을 5~10% 할인해주고 있다. 익일 배송, 무료 반품, 무료 로켓직구,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에 쿠팡이츠 혜택을 추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이 11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잠재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판단에 ‘플러스 알파’ 제공을 늘렸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 구매 와우 회원은 그렇지 않은 와우 회원보다 2배 이상 지출하며 일반 소비재 지출 수준이 높다”면서 쿠팡이츠 할인이 멤버십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와우 멤버십을 지구상 최고의 서비스(deal)로 만들기 위해 혜택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이에 맞서 6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공개한다. 옥션과 지마켓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클럽’에 이마트·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계열사를 더한 ‘연맹군’ 작전으로 혜택을 대대적으로 늘린 것이 골자다. 현재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약 400만 명으로 추가 대상에 스타벅스와 백화점이 포함되면서 유료 회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4000만 회원을 보유한 ‘엘포인트 멤버스’를 운영하면서도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체험형 매장’과 ‘팝업스토어’를 강화해 온라인 채널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온라인 그로서리 부문 강화를 위해 1조 원을 투자, 영국 기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의 최첨단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온 온라인과 물류 파트 부문의 성장이 기대를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세계와 롯데가 오프라인의 체험 요소에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완비하면 쿠팡과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3강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소비자 후생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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