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 후 슬픔’ 담긴 동화 집필한 美작가, 펜타닐 먹여 남편 살해

작년 3월 사망한 에릭 리친스(왼쪽)와 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아내 쿠리 리친스.

남편을 잃은 후 슬픔을 다룬 어린이 도서를 집필한 미국 작가가 남편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9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미국 유타주 검찰을 인용해 쿠리 리친스(33)가 남편 에릭 리친스에 치사량의 마약성 진통제(펜타닐)을 먹여 독살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쿠리와 에릭은 3명의 자녀를 둔 부부였다. 그러다 작년 3월 4일 밤, 쿠리는 외출 후 집에 돌아온 뒤 남편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당시 쿠리는 경찰에 “(남편의 몸이) 너무 차갑다”며 신고했다.

쿠리는 당시 진술에서 외출 전 부동산업자인 에릭이 매매계약을 따내고 축하의 의미로 칵테일을 마시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사별 1년만인 올해 3월, 쿠리는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을 애도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세 아들이 슬픔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며 ‘내 말 이해 하나요?·나와 함께 있나요?’(Are You With Me?)라는 제목의 동화를 집필했다.

그는 책을 출판하고 지역 라디오 방송 KPCW와 인터뷰에서 “이 책이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가족들에게도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책에는 ‘나의 놀라운 남편이자 멋진 아버지, 에릭 리친스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며 헌정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슬픔을 극복하려는 따뜻한 엄마의 모습은 출판 2개월만에 반전을 맞았다. 지난 8일 쿠리가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다.

경찰은 쿠리가 사건 사흘 전 펜타닐을 구입하기 위해 지인과 통화하고 통화 내역을 지운 정황을 확인했다. 해당 지인은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된 전과를 가진 인물이다. 쿠리는 지인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히드로코돈 알약을 입수했지만 이후 더욱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요구했다. 부검결과 실제로 에릭의 시신에서는 치사량 5배가 넘는 펜타닐을 음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한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에는 에릭과 그의 사업파트너인 코디 라이트의 생명보험금 수혜자가 모두 쿠리로 변경됐다. 쿠리가 온라인으로 보험 계정에 접속해 수혜자를 변경한 것이다.

쿠리의 범행은 남편 사망 뒤 남겨진 재산을 놓고 시댁과 분쟁을 벌이던 과정에서 드러났다.

에릭의 가족은 두 사람이 200만달러 상당의 자택 판매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쿠리는 이 집을 즉시 팔려고 했으나 에릭이 이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벌어졌다며, 에릭이 이혼하려고 하자 쿠리가 보험 수혜자를 바꾸는 등 범행을 계획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에릭의 여동생은 경찰에 “에릭은 쿠리가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몇 년 전에도 독살이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다”며 “에릭은 사망 며칠 전 보험금 수혜자를 다시 나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유타의 주법에 따르면 살인 등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범행으로 이익을 취할 수 없다.

한편, 쿠리는 살해 혐의 외에도 데이트 강간 약물로 언급되는 GHB(속칭 ‘물뽕’)를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는 19일 쿠리의 구금 심리가 예정돼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