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용 빗장 풀어달라"… 버스업계 아우성

운전할 기사 못구해 버스 놀려
외국인 중 가장 많은 E-9비자
대중교통·물류업계 취업 제한

◆ G5 경제강국 ◆

지난달 중순 찾은 경기도 오산시의 마을버스업체 A사. 한낮인데도 차고지에 덩그러니 주차된 버스가 6대나 된다. 총 24대 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되려면 50명가량 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30명뿐이다. 기사는 열악한 처우에 한국인들에게는 갈수록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직종인데다 최근에는 배달업계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구인난이 악화일로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2019년 3496명에서 지난해 2756명으로 3년간 26.9%(740명) 감소했다. 외국 인력이 대안이지만 고용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신규 인력 유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공단에 등록된 외국인 버스기사는 올 2월 말 기준 448명에 불과하다. 전체 버스기사 8만4327명의 0.5% 수준이다. 택시기사는 외국인이 현재 87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기사는 주로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비자 소유자들이다. 이들 비자 소유자 중 1종 대형면허와 한국어 등 의사소통 능력 등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면 여객운송업에 취업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유자는 운송업에 취업조차 할 수 없다. H-2 비자로 마을버스를 몰고 있는 중국인 A씨(43)는 "채용 과정이 다른 업종에 비해 까다로워서 외국인들이 근무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은 최근 운수업에도 E-9 비자 취업을 허용하고 취업 활동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업무가 폭증하고 있는 물류업계도 인력난에 허우적대지만 외국 인력 채용은 아직 걸림돌이 많다. E-9 비자 소지자는 인력난이 가장 심한 상하차와 분류업무를 할 수 없다. 정부가 상반기에 이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얼마나 고용이 허가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고용이 허가된 H-2 비자 소지 외국인들보다 업주는 채용이 쉬운 유학생(D-2·D-4) 비자 소지자들을 불법으로 채용하는 실정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결국 편법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산·화성 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