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고용 부추기는 쿼터제…"불법체류자 월급 2배주고 뽑아"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3. 5.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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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 없는 인구 디스토피아
최악인력난 中企현장 편법판쳐
구직카페 불법체류자 모집하고
회사 쪼개서 쿼터제회피 꼼수도
비전문인력 쿼터 60% 늘렸지만
기업 과반 "인력부족 해소안돼"
쿼터제 완전폐지 등 파격안 요구

◆ G5 경제강국 ◆

수도권 소재 정보기술(IT) 부품업체 A사는 지난 3월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요즘 웬만한 규모의 기업이나 연봉 수준이 아니면 한국 젊은이에게 중소기업은 모두 3D 업종일 뿐이다. 당장 공장을 돌릴 인력조차 부족한 A사는 급기야 한 외국인 구인·구직 카페에 불법체류자를 구한다는 공고까지 올렸다. A사 관계자는 "대학까지 마친 한국 청년은 관리직이 아니면 중소기업에는 아예 입사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숙련공도 사실상 전부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도 조금이라도 월급이 많거나, 일이 좀 더 편한 회사를 선호하는 통에 불법체류자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하는 게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법체류자를 인력중개업소 등을 통해 단기간 '아웃소싱'하는 편법이 업계에선 이제 상식이 됐을 정도다. 경기 지역에서 염색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는 일손이 달리는 2~3주간 불법체류자를 임시로 채용해 가까스로 납기를 맞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B대표는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수가 제한돼 있을뿐더러 신청해도 몇 개월씩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감이 몰릴 때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불법체류자 아르바이트생은 손쉽게 쓸 수 있는 만큼 몸값도 비싸다.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정식 외국인 직원보다 두 배 이상 임금이 비싸지만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짙은 불황의 그늘에 내몰린 중소기업이 최악의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 통로인 비전문인력(E-9) 비자 쿼터는 지난해(6만9000명)보다 60% 늘어난 11만명에 이른다. 내국인 근로자가 1~10명인 제조업체는 외국인 근로자 상한이 5~7명이었는데 최대 9명까지 둘 수 있게 됐다. 내국인 11~50명인 업체는 외국인 한도가 10~12명에서 최대 15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정부의 인력 지원 확대에도 중소기업은 아우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외국인이 없으면 당장 문 닫게 생긴 업체가 한둘이 아닌데 정부 조치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2022년 외국 인력 고용 종합 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쿼터 확대에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50.4%)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구인·구직 카페에는 '비자 X, 외국인 근로자 급구'와 같은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올 정도다.

이처럼 극심한 인력난에 중소기업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둘러싼 편법·탈법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유흥업소에서나 볼 법한 회사 '쪼개기'도 벌어진다. 수도권에서 건설자재 공장을 운영하는 C대표는 멀쩡한 회사를 쪼개 '바지사장'인 일명 '소(小)사장'을 두고 있다. C대표는 "현행 쿼터제 아래에서는 내국인 직원이 10명 이하라 외국인 근로자는 9명까지만 고용할 수 있는데, 한국인 직원이 나가면 외국인 근로자도 그만두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주변 공장도 외국인 근로자를 법정 한도보다 더 뽑기 위해 기업을 2~3개로 쪼개 바지사장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비자 간 '칸막이' 때문에 숙련된 기술을 갖춘 외국인을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하지 못하는 사례 또한 많다. 경기에서 자동차 정비 회사를 운영하는 D대표는 "자동차 정비는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돼 있어 현행법상 E-9 비자 외에는 채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쿼터제 완전 폐지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이 아니면 현장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B대표는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성실한 외국인 근로자라면 이민과 정착을 허용해 현장이 살아나야 관리직 등 한국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숙련 일자리 수급이 원활해야 사무직·관리직 등 내국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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