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영토 주권 수호”...해경 사상최대 특별기동 훈련
공무원 피격 사건 후 ‘위상 바로 세우기’
“해양 영토 주권 수호는 현 정부에서 해양경찰청에 주어진 단 하나의 국정 과제입니다.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완수하는 것이 흔들렸던 해경의 위상을 다시 굳건히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졌던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해경이 오명을 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대급 기동 훈련
지난 9일 오전 서해 최북단인 인천 옹진군 대청도 인근에서는 중국 어선 2척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것을 가정한 해양경찰청의 특별 기동 훈련이 펼쳐졌다.
우리 해역을 침범한 불법 조업 어선을 탐지한 해경 AW-139 항공기의 통신을 받은 3000톤급 해경 함정 3008함에서 해경 특수 기동대에 나포작전 명령을 하달했다. 명령에 따라 500톤급 함정들과 중형 특수 기동정(SM정), 그리고 고속 단정들이 일제히 일제히 파도를 가르며 나포작전을 펼쳤다. 하늘에서는 해경 헬기 2대가 모의 중국 어선들의 이동을 방해하는 등 입체작전이 펼쳐졌다.
해경의 추격에 중국 어선들은 빠르게 NLL 북쪽으로 달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500톤급 함정이 물대포를 쏘는 한편으로 SM정들이 중국 선박 주위를 돌며 도주로를 차단했다. 그 사이 고속단정에 탄 특수기동대원들이 빠르게 모의 중국 어선에 올라탔다. 가상 중국 선원들이 막대기 등으로 저항했지만 해경 대원들은 섬광탄을 터뜨리며 제압했고, 두꺼운 철판으로 막혀 있는 조타실과 기관실을 점거하며 나포에 성공했다.
해경 특수기동대 전성진 경장은 “중국 어선 나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빠르게 NLL 이북으로 도주하기 때문에 골든 타임 10분 안에 엔진을 멈춰 세우지 못하면 나포는 실패합니다. 우리가 월북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가끔 중국 어선에 올라탔다가 (NLL을 넘지 않기 위해) 도중에 바다로 뛰어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날 훈련은 해경 70년 사상 최대규모다. 그 동안 중국 어선 침범에 대비한 합동훈련은 종종 있었지만 모두 지방해경청 차원에서 진행됐다. 본청 청장이 직접 참관하며 3000톤급 함정 2척 등 함정 12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은 처음이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해경의 국정 과제 수행 능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위해 이번 훈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흔들린 위상 바로 세우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여파로 해양경찰청은 아직도 정상 궤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건의 직접 관련자인 남해해경청장과 동해해경청장이 지난해 7월 대기 발령을 받은 뒤 해당 보직은 10개월째 직무대리 상태다. 본청 서열 2위인 본청 차장(치안정감)도 올 초 의원 면직됐고, 2계급 특진한 김종욱 청장이 맡았던 서해청장 자리도 비어 있는 등 치안감 이상 간부직 5곳이 공석이다.
여기에 중부청·남해청 안전총괄부장과 교육원장 등 경무관 3명은 6월 말 계급정년을 맞게 돼 경무관 이상 간부직 8자리가 새로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해경 전체 경무관 이상 간부 20명의 40%에 해당한다. 김종욱 청장은 “경무관 이상급 인사는 대통령실 보고 사항이어서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이번 달 안으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많은 해경 직원들이 감사원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내부 분위기도 매우 어수선해져 있다는 게 해경 안팎의 얘기다. 특히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직접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김홍희 전 청장의 태도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는 직원들이 많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종욱 청장은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53년 해경 출범 이후 첫 순경 출신 청장인 김종욱 청장은 9일 기동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가운데에도 남해와 동해 등 각 지역의 경계 상황을 점검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돌아오는 헬기에서도 직원들에게 국립해양조사원 산하 옹진 소청초 해양과학기지 상황을 묻는 꼼꼼함을 보였고, 헬기 대원들에게 금일봉을 지급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훈련이 끝난 뒤 대청도에서 어민 간담회를 갖고 “불법 조업 외국 어선으로 어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엄정하게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복봉 대청도 선주협회장은 “본청 청장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며 “해경의 강력한 단속으로 최근 광어 어획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현장 점검을 마치며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해양 영토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해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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