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영 선택 아닌 필수… 녹색화 물결서 ‘퍼스트 코리아’ 돼야” [2023 세계에너지포럼]

정재영 2023. 5.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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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축사
김상협 탄녹위위원장 정부 투자 강조
“연구개발 당초 예산규모 10배 필요
각국 무제한 세금 감면하는 경우도”
‘EU 탄소세’ 범정부 차원 노력 촉구
에너지 안보 최우선 고려 목소리도

“세계적인 녹색화 물결에서 ‘퍼스트 코리아(First Korea)’가 돼야 한다.”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한국은) 산업화에 늦었지만 열심히 해서 따라잡았고, 정보화는 ‘패스트 팔로어’로 성공했다”며 “세 번째로 찾아온 녹색화 물결에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를 매일 고민할 때”라고 이렇게 말했다.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준식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편집인,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전의찬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이제원 선임기자
 

김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냈고,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장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지속발전 자문역(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탄녹위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녹색화 물결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그룹 경영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업들이 반도체칩을 어떻게 그린칩으로 만들지, 생산 과정에서 얼마만큼 탈탄소로 가야 할지 등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심지어 공장을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하더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각국을 보면 수소 분야에 대한 투자는 무제한 세금감면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기술을 전폭적으로 우대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일본도 녹색성장에만 1조달러(약 1325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세계 각국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탄소중립 정책을 모두 알고 진행하는 나라는 없다”며 “지금까지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탄소중립을 선택한 것이라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 최선을 다해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혁신기술이 시장으로 들어올지 등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며 “탄소중립은 중장기 계획을 매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과 관련해 과감한 투자를 요구했다.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R&D)의 경우에는 당초 예산 규모의 10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서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이 한·미동맹 속 ‘녹색동맹’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의 핵심도 ‘녹색기술동맹’이라고 짚었다.
안보, 기술 동맹에 더불어 녹색동맹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 기술패권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2021년 9월에 밝힌 3대 핵심 테크놀로지는 컴퓨팅 기술, 바이오 기술, 청정 에너지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워싱턴 정상회담의 핵심 중 하나는 ‘녹색기술동맹’”이라며 “구체적으로 왜 탄소중립이 필요한지, 탄소중립이 주류로 떠오른 배경, 한국의 그린 전략과 ‘퍼스트 코리아’로 가는 길 등 4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미 간 50건의 업무협약(MOU) 중 차세대 원전, 수소 등 13건이 청정 에너지 기술 분야였다. 김 위원장은 “워싱턴 정상회담을 복기해보면 탄소중립에 공동 대응한다는 부분도 있다”면서 “설리반 보좌관의 렌즈로 보면 3대 테크놀로지 중 청정 에너지 기술에 깊은 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희택 세계일보-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사장이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제 산업계에서 친환경 탄소 배출 제로를 추구하는 ‘기후경영’은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EU 이사회가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법안을 최종 승인했고, 미국 역시 내년부터 화석연료·알루미늄·철강·시멘트 등 12개 수입품목에 1t당 55달러(약 7만3400원)의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CCA)’을 발의했다”며 “글로벌 기업들도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가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과 SK 계열사 등 27개 국내 기업도 지난해까지 RE100 참가를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축사를 통해 “탄소중립과 산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세계적 흐름”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경제·군사 안보 못지않게 에너지 안보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 강화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의 보호 및 국제경쟁력 확보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며 “올 10월부터 시범운영되는 EU의 CBAM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세계일보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축사에서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라는 복합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는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초래했고 중장기적으로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시대에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가는 중요한 방법은 미래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의 발굴과 신산업 진출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 부응해 우리 기업이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재영·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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