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만 3억…초호화 보복웨딩 봇물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5.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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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결혼수요 증가해
특급호텔 예식 내년까지 마감
상담예약만 3개월 이상 대기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의 3억원대 수영장 웨딩.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

결혼 비용이 무려 3억원(하객 150명 기준). 프라이빗 카바나(독립된 공간)가 23개 있는 대형 야외 수영장(가로 52m, 세로 17m)을 통째 빌리는 초호화 웨딩이 등장했다. 신부는 풀 위에 놓인 43m짜리 투명 플로팅 버진로드 위를 밟고 입장한다. 은경이라는 거울 구조여서 하늘이 반사되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객들은 수영장 양쪽에 도열해 박수를 보낸다.

호텔 한 동(30여 객실)을 통째 빌려주는 1억원짜리 웨딩에 이어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 클럽&스파 서울의 3억원짜리 초고가 프리미엄 풀 웨딩(오아시스 웨딩)이 화제다. 이미 5월 초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얀트리 호텔 관계자는 "럭셔리 웨딩 콘셉트로 5월 한 주간만 상징적으로 선보였는데 실제로 판매될지 몰랐다"며 "벌써 내년 5월 예식까지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수억 원대 호텔 웨딩에 예비 커플들이 몰리고 있다. 보복 해외여행의 사회적 트렌드가 '보복 웨딩'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10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라, 조선 등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의 예식장 예약이 주말 선호 시간대(토요일·일요일 낮)의 경우 내년 5월까지 '풀 부킹(예약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올해 예약은 주중 일부 비선호 시간대를 뺀 나머지인 95% 이상이 확정됐다.

롯데호텔 서울(소공동), 잠실은 내년 5월까지 전체 예약의 90% 이상이 확정돼 있다. 심지어 예식 상담만을 위해 3개월 전 예약이 필요할 지경이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잠실 크리스탈볼룸은 보증 인원 400명 기준 비용이 8000만~1억700만원 수준이다.

셀럽 웨딩으로 유명한 서울 신라호텔도 마찬가지다. 다이너스티홀과 영빈관은 올해 말까지 예약이 완료됐다. 내년 초 역시 예약이 띄엄띄엄 가능할 정도다. 비용은 다이너스티홀이 1억원대 초반(400명 기준), 영빈관이 9000만원대 후반이다.

호텔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웨딩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과 더불어 예식장 숫자 감소를 이 같은 '예약 대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웨딩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일반 예식 부담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요가 몰리니 일반 예식장은 잡을 수가 없다"며 "그나마 여유가 있던 호텔로 눈을 돌리다 보니 비용이 뛰고 풀 부킹인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1월만 해도 950개에 달했던 전국 예식장은 올 1월 754개로 급감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호텔까지 웨딩 가격이 치솟는 '웨딩플레이션(웨딩 인플레이션)'이 양산되다 보니 선의의 예식 연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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