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파업하세요~"···배달 라이더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이슈, 풀어주리]

김주리 기자 2023. 5. 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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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라이더 어린이날 파업 이어 라이더유니온 시위
"9년째 동결된 배달료···3000원→4000원 인상 촉구"
"배달료 너무 비싸요"···소비자 '탈배달앱'은 진행 중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난폭운전' 멈춰달라"
[서울경제]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소속 배달의민족 기사들이 지난 5일 어린이날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가운데, 경쟁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10일 파업에 동참,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2023 라이더대행진’을 열고 서울 여의도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오토바이 100대 규모의 행진 시위를 벌였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의 안전관리를 위해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두는 ‘라이더 자격제’와 ‘대행사 등록제’ 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일정 수준의 임금 보장과 라이더의 노동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업무 배정, 평가 등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노동자처럼 일하는 배달라이더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거나, 화물종사자에게 적용했던 안전운임제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9년째 기본 배달료 동결···배달비 안 올려주면 배달 안 하겠다”
사진=연합뉴스

배달플랫폼노조 측은 “지난달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됐다”며 “배민은 지난해 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라이더 기본배달료는 9년째 올리지 않아 이에 분노하며 경고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약 80%의 조합원이 참여한 찬반투표에서 88.14%가 찬성하며 파업이 결정됐다. 배달노조원은 1600여명가량으로 비조합원들을 독려해 총 3000여명까지 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에 △기본배달료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 △전업 라이더 중심성 강화 △알뜰배달료 개선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아울러 라이더유니온은 △27%에 달하는 임금 삭감 반대 △알고리즘 즉각 개선 △알고리즘 통한 업무 할당 기준 및 배달료 산정기준 공개 운동 등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배민이 라이더의 픽업이 지연된다고 판단할 시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 메시지를 전송하는데,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배정 업무가 취소되며, 이때 주행 중 전방주시가 되지 않아 위험 상황을 유발한다고도 지적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하루 8시간 근무했던 라이더가 지금은 12시간을 근무해도 생활이 안 된다”며 “황당한 알고리즘과 동결된 배달료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비싼 배달 수수료, 그냥 안 쓸래요"
사진=연합뉴스

9년째 동결된 배달료를 올려달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요구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라이더들의 투쟁과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배달 수수료의 부담이 상당해 차라리 배달 플랫폼 자체가 없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배달앱’에 나서는 소비자 수는 이미 상당하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3사(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26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견줄 때 MAU 감소율은 11.9%다. 지난해 4월 배달앱 3사의 MAU가 3321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부산시 인구(331만명)보다 더 많은 소비자(395만명)가 배달앱을 끊은 셈이다.

현행 배달료의 경우 소비자와 음식점 업주가 각각 수수료를 부담한 뒤 이를 배민 등 플랫폼 중개업자와 라이더들이 나누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전체 비용 중 라이더 몫의 비중을 늘리자는 게 라이더들의 요구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회사 몫의 수수료도 할증요금 형태로 라이더들에게 지급되는 만큼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소비자 또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역시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라이더에 등 돌린 소비자···"'난폭 운전' 라이더 필요 없다"
사진=연합뉴스

금전적인 측면 외에 일부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도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건수가 급증하자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부 라이더들이 도로에서 무리하게 오토바이를 몰면서 도로 위 사고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인도 주행과 역주행, 신호위반,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불법 개조로 인한 소음 증가 등이 비판의 중심에 섰다.

관련 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735명으로 2021년(2916명)보다 6.2% 감소했다. 그러나 이 기간 라이더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459명에서 484명으로 5.4% 늘어났다.

한편 전문가들은 독점적 지위에 있는 배달 플랫폼과 노조가 여러 가지 사회적 책임에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은 시장을 리딩하는 그룹이라면 리딩그룹 역할에 맞게 기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 재분배하고, 재분배한 것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또 노조는 파업을 무기 삼을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나 배달 산업이 침체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조 측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 때는 호황이거나 (사업이) 확대될 때는 좋은데 지금은 주문이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다"며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시점이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노사관계 전문가는 "배달라이더 등 일부 특고들은 '처우는 정규직', '일하는 방식은 자영업자'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추세"라며 "이런 요청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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