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공작원, 유튜브 댓글로 피의자에 지령"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
"특정단어 넣어 접선 약속"
北지령문 90건 확보'최다'
김정은을 '총회장님' 표기
청와대 등 자료 수집 명령
민주노총의 전직 간부 4명이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포섭돼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북한의 지령을 이행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북한 공작원에게 제일 먼저 포섭된 전 민노총 A국장 사무실에서 발견한 암호키로 4년간 북한에서 보낸 지령문 90건을 해독해 이 같은 범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찰이 확인한 북한 지령문은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다.
북한은 청와대, 평택2함대 사령부, 평택 화력발전소, LNG 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 자료 수집을 지령했고, A씨 사무실 컴퓨터에서 관련 동영상과 사진 자료가 발견됐다.
북한 공작원은 일반 유튜브 방송에 시청자로 참여해 사전에 약속된 단어가 들어간 댓글로 피의자에게 지령을 내리거나, 북한 최고위층 관심사인 선진 말 양육 기술 자료 수집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A씨(52),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48),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54), 전 민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D씨(51)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간첩·특수잠입·탈출·회합·통신·편의 제공 등)로 구속 기소했다.
이 가운데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제일 먼저 포섭된 A씨는 2017년 9월, 2018년 9월, 2019년 8월께 각각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공작원과 20여 년간 접선·교류한 A씨는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고 북한 공작원이 표현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경찰과 합동 수사를 통해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들과 북한 문화교류국 사이에 오간 북한 지령문 90건, 보고문 24건을 확보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암호문 해독은 검찰이 민주노총 A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암호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주요 간부 인선과 정책노선 수립에 개입하고 본부·산별·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 포섭을 시도했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민주노총 핵심 부서의 책임자로 일한 A씨는 2018년 10월 민주노총 운영자의 ID와 비밀번호를 북측에 건네 2019년 4월 '민노총 내부 통신망을 잘 이용해 많은 참고가 되었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A씨 사무실 컴퓨터에선 평택 미군·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군용 장비 동영상과 사진 자료가 발견됐다. 검찰은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 평택2함대 사령부, 평택 화력발전소, LNG 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 자료 수집 지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는 이전과 다른 북한의 새로운 공작 형태가 발견됐다. 공작금 전달에 사용할 대포폰 구입과 보안용 '위챗'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지령하고 북한 최고위층의 관심사인 말 양육 기술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사건과 무관한 일반 유튜브 동영상을 대북 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8월 한 유튜브 동영상에 사전에 약속된 특정 문자(토미홀, 오르막길)가 들어간 댓글을 달아 해외 접선 약속을 잡기도 했다.
북한은 남한 내 지하조직과 조직원의 호칭을 사기업 활동 형태로 위장해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자신의 조직을 본사, 남한 내 지하조직을 '지사-팀'으로 구분해 지령했는데 A씨는 지사장, B씨는 강원지사장, C씨는 A지사장 밑에서 2팀장을 맡아 활동했다.
북한은 지령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으로 표기하며 친북 분위기 형성, 국내 정치 이슈와 관련된 여론 조작, 이태원 참사 이후 여론 선동 활동 전개, 노동계 전민항쟁 준비를 위한 실행 방안 마련, 반미·반일·반보수 투쟁 전개, 국가정보원 해체 및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등을 지시했다. 2018년 12월 3일엔 새해와 1월 8일(김정은 생일)을 앞두고 '총회장님께 드리는 축전'을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기소한 4명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북측에서 지령문에 따른 활동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도로 확인되고 있으나 정확한 액수는 지령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거대 노동단체 내부에 전·현직 핵심 간부들이 그 영향력을 이용해 북한 공작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며 동조 세력을 확대하려다가 적발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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