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쟁자는 '작년의 나'… 3연패 욕심나"
페어웨이 넓고 그린 딱 맞아
우승때 딸 뛰어오는 상상해
"신기할 정도로 AT&T 바이런 넬슨이 열리는 TPC 크레이그 랜치 그린에 서면 공이 지나갈 라인이 그려진다. 퍼팅에 확신이 있으니 더 자신 있게 칠 수 있고 많은 버디를 잡아냈다."
올해 초 PGA쇼에서 만난 이경훈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2연패를 한 핵심이 '퍼팅'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린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3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단일 대회 3연패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른 톰 왓슨이 1980년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3연패를 했고, 최근 40년간 단일 대회에서 3연패를 한 선수는 타이거 우즈,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3명뿐이다. 이경훈이 올해도 우승한다면 PGA 투어 사상 다섯 번째 3연패를 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10일(한국시간)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한국 취재진과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이경훈은 "지난주 톱10에 들어 좋은 기운을 얻고 여기에 온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3연패를 꼭 해보고 싶고,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지만 부담감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는 않다. 도전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경기하려 한다"면서 결과보다는 도전 과정에 집중하겠다는 모습도 드러냈다. 수많은 톱 골퍼들과 경쟁하지만 이경훈의 진짜 라이벌은 '작년의 나'다. 이경훈은 2021년 25언더파, 2022년 26언더파로 우승하며 이 대회 72홀 코스레코드를 계속 갈아 치웠다. "작년의 나보다 나아지는 게 목표"라고 말한 이유다.
무엇보다 이경훈에게 에너지를 주는 핵심은 가족이다. 첫 승 때는 만삭인 아내 유주연 씨와 함께, 지난해는 딸 유나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3연패를 한다면 이제는 유나가 잘 걷고 잘 뛰니까 내가 우승 퍼트를 했을 때 유나가 뛰어와서 안기면 좋겠다. 그러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화끈한 한 방은 없지만 PGA 투어에 입성한 이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경훈. 그의 위대한 도전은 12일 오전 2시 44분에 시작된다. 동반자는 스코티 셰플러(미국), 제이슨 데이(호주)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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