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사우디, 대사관 다시 연다…복잡한 중동의 ‘데탕트’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국교를 끊었던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11년 만에 다시 대사관 문을 열고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수많은 자국민 학살한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국제 사회 복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사우디 외교부는 9일 “아랍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외교사절단 업무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국영 <사나>(SANA) 통신도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아가 사우디 주재 외교 공관의 업무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두 나라는 대사관이 언제 업무를 재개할지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사우디는 이 조치의 의미에 대해 ”아랍연맹(AL)이 지난 7일 시리아를 회원국으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랍연맹 22개국 중 13개국은 이날 시리아의 복귀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결정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잔혹하게 탄압한 아사드 정권이 국제 사회에 복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그해 3월 아랍의 봄의 여파로 시작된 시리아 민주화 시위에서 13살 소년이 고문으로 숨진 사실이 전해졌다.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독재 정권은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시위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아랍연맹은 8월 시리아에 폭력을 즉시 정지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11월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그러는 사이 내전은 복잡하게 꼬여갔다. 시리아 내전은 표면적으로는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가 이끄는 아사드 정권과 다수 수니파가 중심이 된 반군의 대결로 보인다. 국외로 눈을 돌리면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린 시아파 맹주 이란과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의 편에 서고, 미국 등 서방과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 국가들이 반대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리아 내전은 세계를 양분하는 진영 간의 대리전이었다.
내전 초기 궁지에 몰린 아사드 정권은 2013년 여름부터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권의 통치력이 약해지며 북동부를 중심으로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장기화된 내전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은 난민이 되어 국경을 건너기 시작했다. 2015년 한해 동안 무려 100만명 넘는 이들이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유럽에 난민 공포가 확산되며, 극우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2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안 1천만명이 난민이 됐고 50만명 넘는 이들이 숨졌다. 가혹한 경제 제재로 인해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이란·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아사드 정권은 반군의 도전을 걷어내고 사실상 내전에서 승리했다.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은 올해 들어서다. 미국에 맞서 ‘독자 외교’를 시작한 사우디가 지난 3월 ‘역내 라이벌’인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미래 신도시인 네옴시티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역 정세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어, 아사드 정권과도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란이 이끄는 ‘시아파 연대’의 힘을 빼기 위해서였다. 지난 2월 초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국제 사회의 각종 구호품이 쏟아진 점도 아사드 정권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제재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게 됐다.
아사드 대통령은 1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한 독재자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국제 무대에 복귀하게 된 셈이다. 이에 반대하는 역내 국가는 카타르 등 극소수다. 카타르 외교부는 7일 “시리아 위기에 대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내놨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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