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창업보육센터
한국창업보육협회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 기초를 담당하고 있는 전국 263개 창업보육센터(BI) 연합체이자 소속 6300여 개 스타트업의 요람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작년 말 기준 2만3000여 명의 임직원과 2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필자도 2007년부터 동국대 창업보육센터장으로 창업 생태계에 입문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K스타트업의 줄기세포로서 역할을 다했지만,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는 예산이 계속 삭감돼 올해는 100억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불과 5년 전 예산 260억원과 견줘보면 절반 이상 삭감된 수치다.
협회장을 맡기 전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창업 지원과 스타트업 기업을 지켜봐왔고, 그들의 고민과 창업 지원 시스템의 개선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이남 지역의 경우 대부분 창업보육센터들이 자체 운영 인건비조차 조달이 안 돼 어려운 형편이다. 스타트업 창업 특성상 대부분 창업보육센터들이 대학에 설치돼 있는데, 지난 11년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 여파로 대학마다 창업보육센터 운영에 대해 존폐를 걱정할 만큼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역 창업보육센터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당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인구 330만명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창업보육센터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고, 예산 확보를 위해 지자체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
이에 협회는 대도약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작년 말 개최했다. 협회는 '기술창업 생태계를 선도하는 창업 플랫폼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비전으로 3개의 키워드(초격차·글로벌·지역 기반 스타트업)를 설정했다. 풀뿌리 창업 지원 시스템 재가동을 위해 향후 5년간 초격차·글로벌·지역 기반 스타트업을 각각 500개, 700개, 5000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선보였다. 초격차 스타트업은 투자가 활성화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은 수출 기반, 지역 기반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을 주요 지표로 설정했다.
창업과 스타트업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 주변의 문제점이나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이를 기술과 연결시켜 실용화해 최종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정신은 수도권의 '힙 플레이스'인 판교와 강남역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현 정부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공약 사업으로 발표했다.
따라서 창업보육센터 혁신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는 조속히 환원하고 오히려 증액시켜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멀고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에서 누구나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창업지원시설(창업보육센터가 대표적)에서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업 활동이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근 창업보육센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 소멸 문제나 지방대학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청년 창업자가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재정적 지원과 정책적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이광근 한국창업보육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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