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트랜스젠더 마케팅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외모를 바꾸는 과정을 공개해 유명 인사가 된 그는 여성이 된 지 1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를 벌였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가 소유한 브랜드 '버드라이트'는 멀베이니의 얼굴이 그려진 맥주캔을 선물했고, 멀베이니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동영상을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맥주캔 하나가 불러올 파장을 멀베이니도, AB인베브도 미처 알지 못했다.
공화당 차기 대권 후보인 론 디샌티스 등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을 필두로 트랜스젠더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곧바로 버드라이트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멀베이니는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논쟁의 상징적 인물로, 호응 못지않게 반감도 큰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AB인베브 시가총액은 일주일 만에 50억달러 감소했고, 4월 한 달간 버드라이트 매출액은 20% 줄어들었다. 해당 마케팅을 주도한 임원 2명은 결국 휴직했다. 진보 진영은 버드라이트를 지지한다며 반격에 나서 양측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1000만명이 넘는 폴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맥주 홍보에 활용하려던 회사 측은 뜻밖에 벌어진 PC 논쟁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미셸 더커리스 AB인베브 최고경영자(CEO)는 "버드라이트와는 전혀 무관한, 순수한 소셜 미디어 창작물"이라고 항변했다. 멀베이니의 얼굴이 그려진 맥주캔은 판매용이 아니며, 편을 가르기 위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SNS에서는 사실 여부가 아니라 댓글 내용이 더 중요해진다. 마치 소음과 같다" 며 SNS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그동안 버드라이트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포용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성소수자를 내세운 마케팅을 해왔다. '버드라이트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갈리는 이슈를 다루는 기업들의 고민도 커질 것 같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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