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한 달 지났는데 아직도 2삼진, 흔들림 없는 두산의 캡틴
최근 3연패, 에이스를 냈지만 1회 선제 실점. 흔들릴 수 있던 두산을 일으켜 세운 것은 주장 허경민이었다.
허경민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원정 롯데전 2회초 2사에서 홈런을 때렸다. 1-1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산의 팀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한화에게 연거푸 패했고, 잠실 라이벌 LG에게도 1-11로 대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연패한 3경기에서 팀 타선은 도합 7점을 뽑는데 그쳤고, 설상가상 토종 에이스 곽빈마저 LG전 투구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해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시즌 초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줄을 이었다.
9일 롯데전은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다.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이기지 못한다면 장기 연패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허경민의 홈런은 그래서 의미가 컸다. 1회 선제점을 내주며 끌려갈 수 있던 경기 흐름을 단번에 끊었다. 허경민은 이후 타석에서도 4회 2루타와 6회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3안타를 때렸다. 올시즌 첫 3안타 경기였다. 허경민의 맹타에 알칸타라의 7이닝 1실점 호투 등을 묶어 두산은 롯데를 5-2로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허경민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이승엽 신임 감독에게 일찌감치 새 주장으로 낙점됐다. 지난시즌 주장을 맡았던 김재환이 4번타자 자리에 주장까지 병행하면서 부담이 작지 않았다. 새로운 주장이 필요했고, 적임자는 사실상 허경민 뿐이었다.
야심차게 새 시즌을 맞았지만, 팀 타격은 가라앉고 연패까지 맞은 상황. 신임 주장의 스트레스 또한 가벼울 리 없었다. 롯데전 승리로 허경민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경기 후 허경민은 “주장을 하면서 승리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언제 될까’ 생각했다”면서 “오늘은 도움이 돼서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경민은 팀 승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했지만, 기록을 뜯어보면 여전히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 0.281에 OPS 0.746, wRC+도 지난시즌(119.6)에 비해 손색 없는 115.8을 기록 중이다. 27경기 111타석에서 삼진은 불과 2개만 당했다. 2번타자로 주로 나서면서 출루율 0.360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 양석환·김재환·양의지 등 중심타자들이 타격감을 회복한다면 허경민과 시너지 효과를 여전히 기대할 수 있는 두산 타선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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