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도 백반정식 6000원 그대로"… 비결 물었더니 [Z시세]

정원기 기자 2023. 5. 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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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서 가격과 품질 두마리 토끼를 잡은 '착한가격업소'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료와 가스비, 공산품 등 오르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속 모르고 오르는 외식물가에 마음 놓고 점심 한끼 사 먹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가격과 품질 두마리 토끼를 잡은 '착한가격업소'다. 한식과 중식, 일식 등 음식점부터 향긋한 원두 향기가 가득한 카페, 이·미용실 등 분야도 다양하다.

물가 안정에 앞장서는 착한가격업소는 저렴하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정부가 지정한다. 서울 시내에는 현재 총 831개의 착한가격업소가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과 사회초년생은 물론 어르신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인 '착한가격업소'를 찾아봤다.


5첩반상 6000원·커트 1만원… 비결은?


연일 치솟는 물가에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착한가격업소'가 화제다. 사진은 한 한식당에서 점심 메뉴로 판매하는 백반 정식(왼쪽)과 식사하는 손님들. /사진=정원기 기자
서울은 대한민국에서 물가가 가장 높은 도시다. 대표 외식 품목인 냉면과 비빔밥의 평균 가격은 1만원을 넘어섰고 김치찌개·백반은 8000원에 육박한다. 인건비와 재료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영향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도 착한가격업소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한식당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등을 5000~6000원에 판매한다. 특히 점심에는 5가지 반찬에 메인 메뉴(요일별로 상이), 국과 국수 등 푸짐한 백반 정식을 6000원에 제공한다.

8년째 해당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모씨(남·50대)는 "손님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아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인건비를 줄일 생각으로 서빙을 없애고 셀프 배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메인 반찬의 경우 치킨과 제육볶음 등 요일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흐뭇해했다.

가격이 착한 만큼 맛이나 재료의 질이 떨어지진 않을까. 기자가 직접 먹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맛 그대로였다. 밑반찬은 매일 새벽에 구입한 채소 등으로 만들어 식감이 살아있었다. 콩나물의 경우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윤씨는 "요식업 사장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자재마트 3~4곳에서 매일 새벽 재료를 구매한다"며 "거기서도 '미끼 상품' 위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품을 팔아 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하나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착한가격업소도 있다. 마포구에 위치한 한 미용실의 커트 가격은 1만원. 상대적으로 머리가 긴 여성도 숱 추가 비용 없이 이용 가능하다.

50년 넘게 미용 가위를 들고 있는 서모씨(여·80대)는 "오랫동안 일하기도 했고 손님들이 단골이다 보니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며 "파마는 약품값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어렵지만 커트의 경우 내 가위질(인건비)만 들어가니 이 가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나를 찾아주는 손님들이 고마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다"며 활짝 웃었다.


"만족스러워요"… MZ세대도 발길 늘어


식비와 미용 등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착한가격업소'를 찾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착한가격을 표방하는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미용실. /사진=정원기 기자
착한가격업소의 주이용객은 중·장년층, 그중에서도 노년층이다. 소비력에 한계가 있고 서비스에 대한 민감도가 비교적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연이은 물가 상승에 착한가격업소를 찾는 20~30대가 크게 늘었다. 한식당에서 만난 서울대 재학생 이모씨(남·20대)는 "우리 학교는 학식이 6000원 정도이고 단품은 1만원이 넘는 메뉴도 있다"며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종 이 식당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박모씨(남·30대)는 "회사에 구내식당이 따로 없다"며 "날마다 점심을 사 먹는게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냉면 한그릇 1만원 시대에 든든한 쌀밥과 고기반찬을 6000원에 누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만족해 했다.

미용실에서는 숙명여대에 다니는 고모씨(여·20대)를 만났다. 기자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됐냐"고 묻자 고씨는 "일반 미용실에서는 커트 비용이 기본 2만~3만원으로 부담이 크다"며 "우연히 (이곳에서 머리를) 몇번 잘랐는데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파마는 종류에 따라 3만~5만원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도전한다"며 "다른 미용실과 비교하면 최소 10만원이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마 후 결과물이 좋으면 내 친구들도 이곳에 방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착한가격업소 "박리다매… 신규 손님 유입 절실"


서울시 공정경제정책팀은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착한가격업소'에 물품 지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착한가격업소 점주들은 "가스비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 정말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점주는 "보통 여름에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했을 때 50만원 정도 나왔는데 아직 여름이 오지도 않았음에도 45만~48만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다행히 최근 학생·직장인 등 젊은층이 새로 유입됐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체감상 2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중·장년층 손님에 20~30대가 새롭게 유입된다면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 공정경제정책팀은 MZ세대 잡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착한가격업소에 신규 등록되는 업소를 보면 카페와 치킨집, 세탁소 등 젊은층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 많다"며 "홍보가 덜 이뤄진 점이 아쉬운데 앞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광고 플랫폼 등 젊은층 눈높이에 맞춰 홍보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착한가격업소를 1500개로 늘릴 예정"이라며 "발굴 캠페인 등을 통해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식점은 주방 세제, 이·미용업계는 샴푸 등 업종별로 필요한 맞춤 물품을 지원하는 등 점주들에게 혜택을 제공해 시민들이 물가 안정을 느끼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원기 기자 wonkong9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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