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문 전 대통령 만나 ‘단합’ 강조···홍준표 만나 ‘정치 실종’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은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만나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서도 윤석열 정부의 ‘협치 부재’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평산책방에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 1월2일 새해 인사차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지 4개월 만이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흰 앞치마를 두르고 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있는 평산책방에 온 손님들에게 직접 책을 판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후 사저로 이동해 민주당 지도부와 비공개로 차담을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최근 국내외로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인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도 그런 차원에서 하나가 되자는 것이 의원들과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라면서 비이재명계인 박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아 보였다고 한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를 예방하기 직전에 홍 시장을 만난 이야기를 꺼내면서 대화 주제가 ‘협치’로 옮겨갔다. 문 전 대통령은 홍 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시절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회고하면서 “대화라는 것은 정치인에게 일종의 의무와 같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민주당이 과거 역동성을 회복해서 젊은층들에게 더 사랑받는 정당으로 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이날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등으로 어수선하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함께하는 것은 지지자들에게 당 통합과 위기 극복을 상징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숙 여사님께서 주신 따뜻한 마음 깊이 간직하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굳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단합하여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 말씀에 지도부 모두가 깊이 공감했다”며 “‘대화는 정치인에게는 일종의 의무’라는 대통령님 말씀도 잘 새기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2일 이 대표를 만나서도 “친명(친이재명)과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같다”면서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인 지난 3월 한 비명계 의원 상가에서 “문명(문재인과 이재명) 시대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시청에서 홍준표 시장과 만나 주거니 받거니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에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우리 당은 잘못하고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최근 들어서는 (정치에서) 막후 조정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타협이 안 되는 정치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장님 말처럼 합리적 선의의 경쟁이 정치의 본질인데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아니라 정쟁을 넘어서 전쟁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금은 적과 동지밖에 없다”고 말했고 이 대표가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홍 시장은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는 본선에서 각각 윤 대통령과 맞붙은 바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양산 |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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