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재단, 독재정권 부역 논란 ‘박서보 예술상’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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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 공식 폐지된다.
박서보 예술상은 국내 최대 규모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가 국내 제도권 추상화단의 대가 박서보(91) 화가의 후원을 받아 올해 14회 행사부터 신설했다가 미술인들의 반발 속에 폐지 압박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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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단독 보도로 폐지 방침 알려져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 공식 폐지된다. 박서보 예술상은 국내 최대 규모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가 국내 제도권 추상화단의 대가 박서보(91) 화가의 후원을 받아 올해 14회 행사부터 신설했다가 미술인들의 반발 속에 폐지 압박을 받아왔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날 열린 186차 이사회에서 상을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재단 쪽이 지난달 초 첫회 시상을 끝으로 박서보 예술상 간판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겨레>가 단독보도(5월3일치 22면)한지 일주일만이다. 재단 쪽은 또 박 작가가 후진 양성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법인으로, 상의 운영재원 100만달러를 댔던 기지재단 쪽과 협의해 1회 시상금 10만달러를 뺀 나머지 후원금 90만달러를 돌려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 쪽은 작가 쪽과의 후원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박서보 예술상은 지난해 2월 비엔날레 재단이 기지재단과 100만 달러 후원 협약을 맺고 제정했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예술상 규칙을 만든데 이어 지난달 6일 열린 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첫회 수상자로 엄정순 작가를 발표하고 상과 상금 10만달러(1억3천만원)를 수여하는 시상식도 진행했다.
그러나 광주 등 지역미술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1970~1980년대 독재정권에 부역하고 광주항쟁 등에 침묵하면서 출세와 영달을 이루어 제도권 미술 권력으로 군림했던 박 작가 후원금을 받고 그의 이름을 쓰는 상은 광주정신에 걸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예술인 모임을 꾸려 폐지 운동을 벌여왔다. 지난달 6일 시상식장에서 지역 미술인들이 기습적인 항의 펼침막 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이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에서 날마다 1인 시위가 지속되면서 상에 대한 지역 여론이 악화한 것이 폐지 결정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재단 쪽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제기된 박서보 예술상 폐지 의견과 관련하여 그동안 상의 운영 방향에 대해 미술계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고, 기지재단 쪽과도 협의를 지속해왔다”면서 “상이 폐지됨에 따라 향후 각계의 의견을 들어 시상 제도를 발전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단 쪽은 조만간 자문위원회를 열어 다른 시상제 신설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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