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시장 판도 뒤집힐까… 네이버·카카오 AI 사단, 한국형 챗GPT로 진검승부 예고

안상희 기자 2023. 5. 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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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시장 ‘챔피온’과 ‘도전자’ 승부수
“생성형AI의 승패는 정확성”
“한명(네이버)은 국내 검색시장을 지배하는 ‘챔피온’, 한명(카카오)은 (검색판도를 뒤집고자하는) ‘도전자’이기 때문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로와 전략이 다르다. 네이버는 기존 검색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기존의 검색구조에서 어떻게 검색의 질을 더 높일까를 고민할 것이고 카카오는 기존 검색시장을 무너뜨리고자 카카오톡과 검색을 결합시키려 할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사단이 올 하반기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챗GPT’로 맞붙는다. 네이버는 오는 7월 생성형 AI 기술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챗GPT ‘서치GPT(가칭)를, 카카오는 올 하반기 생성형 AI 기술 ‘코GPT 2.0′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챗GPT인 ‘코챗지피티(가칭)’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주요 사업이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홍은택 카카오 대표. /각 사 제공

◇ ‘네이버’ 김유원·하정우·성낙호 vs ‘카카오’ 김일두·백상엽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전략을 이끌 공격수를 전면배치했다. 네이버의 AI 전략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이끌고,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과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이 기술 측면에서 지원한다. 김 대표를 거대한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기술 역량을 집결할 혁신의 구심점으로 삼은 것이다. 김 대표는 2006년(당시 NHN) 데이터정보센터장에 오른 후 네이버 데이터 총괄 등을 역임했다.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에는 지난해 9월 취임했다. 통계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데이터·기술 전문가로 통한다.

네이버가 올해 초 조직간 기술 융합을 강화하고 B2B(기업간거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파파고(번역), 웍스모바일(협업도구), 사내기업(CIC) 클로바(AI), 웨일(브라우저) 조직을 통합하고 있는데 이 또한 김 대표가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초거대 AI에 대한 수요가 늘자 작년에 세운 사업계획도 다 뒤집어 엎을 정도로 하이퍼클로바X 성공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왼쪽부터 네이버의 AI 전략을 이끌고 있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네이버

카카오의 AI 사업은 1988년생 개발자 출신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와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사장) 출신인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그려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2012년 카카오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해 AI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며 올해 4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AI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연구·개발했고, 2018년부터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에 AI 엔지니어로 합류했다. 컴퓨터 비전, 데이터 증강기술, 의료진단 등을 AI와 접목해 연구했다. 그는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AI는 인생을 걸고 싶은 일”이라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함께 카카오에서 AI 전략을 짜는 백 대표는 LG CNS 출신으로 2019년 5월 카카오로 둥지를 옮겼다. 그는 LG그룹 주요 사업부문을 거친 B2B(기업간거래) 전문가로 통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구에 집중하는 김일두 대표와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능한 백상엽 대표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왼쪽부터 카카오의 AI전략을 이끄는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카카오

◇ 생성형AI 로 빅테크와 경쟁 기대… B2B 사업에 박차

네이버가 선보일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5월 처음 공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의 후속 버전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글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대규모 AI 모델이다.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와 음성을 이해할 수 있다. 네이버는 크게 하이퍼클로바X를 기존 서비스인 검색, 쇼핑, 판매 도구, 블로그 창작, 지식인, 여행 예약 등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B2B(기업간거래) 서비스로 개발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연내 일본에서는 라인웍스와 같은 생산성 도구에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수연 대표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뿐 아니라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고, 더 나아가 기업용 서비스로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글로벌 동종업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주문제작과 데이터 보호 관련 사항을 더욱 잘 해결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 말했다. 네이버 측은 “초거대 AI가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한국이 제3의 선택지로 선택되도록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 했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브레인이 AI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연구하는 기술은 크게 언어모델인 ‘코GPT’, 그림을 그려주는 이미지 생성 ‘AI 칼로’, 헬스케어에 응용돼 엑스레이 진단 등에 쓰이는 ‘영상판독 기술’ 등 3가지다. 카카오브레인은 연내 3가지 영역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게 목표다. 특히 코GPT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챗GPT(코GPT2.0)’가 핵심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일부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용 초거대 AI를 바탕으로 한 비공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시험 중인 서비스는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내부 문서 중 원하는 정보만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게 개발됐다. 회사 측은 “카카오는 생성형 AI를 카카오톡을 포함해 기존 서비스에는 물론 B2B 사업에도 접목할 계획”이라 했다.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에 자체 AI뿐 아니라 다른 생성형 AI를 접목시킬 가능성도 열어뒀다. 가령 카카오톡에 코GPT2.0뿐 아니라 다른 초거대 AI를 접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4일 “어떤 것은 코GPT를 쓰고 어떤 것은 GPT-4나 람다를 쓸 수 있다”며 “하나를 쓰면 다른 것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간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 했다.

◇ “정확성이 생성형AI 성패 가를 것”

초거대 AI는 검색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검색의 정보처리 과정이 크게 ‘검색-출력-편집’ 3단계를 거치는데 AI로 ‘출력-편집’ 단계가 사실상 자동화될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중 누가 먼저 서비스를 내놓느냐보다 정확성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챗GPT 대항마로 ‘바드’를 내놓았지만, 성급하게 내놓으면서 정확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있다”며 “정확성, 신뢰성, 보안이 생성형 AI의 핵심”이라 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네이버는 국내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야후를 지식인 서비스로 뒤집고 국내 검색시장을 장악했다”며 “챗GPT 사용법을 보면 AI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적절한 대답을 이끌어 나가는데, 대화형 서비스 카카오톡을 품은 카카오가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검색 시장의 일대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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