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입자 30여명 피해 호소" 하남 빌라왕, 사기 혐의 입건
세입자들에게 수십억원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50대 임대사업자가 전세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중랑·성동, 경기 양주경찰서 등은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A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한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형사 고소한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5명이며, 이들의 피해금액은 각각 2억~4억원, 총 15억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수도권 전역에 빌라 등을 수십채 보유하고 있다. 실제 A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임차인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임차인들의 지역이 성북·도봉·강서·중랑·인천 등으로 다양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임차인은 도합 30여명으로, 이들이 받지 못한 보증금을 합하면 75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건 피해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A씨의 거주지인 경기도 하남시를 관할하는 경기 하남경찰서로 사건이 한꺼번에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세입자들은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한다. 30대 남성 이모씨는 2020년 12월20일 서울 상봉동의 신축 빌라를 전세 보증금 2억8900만원에 계약했다. 이 집은 이씨 신혼집이었다. 전세 계약은 지난 1월30일자로 끝났다.
그러나 이씨는 집주인 A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씨는 "전세금은 전액 대출금이라서 매달 이자를 150만∼200만원 내고 있다"며 "피해 구제 센터 등 곳곳에 도움을 요청해도 '방법이 없다. 민사 소송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해당 신축 빌라에만 A씨에게서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임차인이 5명이다.
이씨는 "온라인 부동산 업자를 통해 임대인 A씨를 만났다"며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지만 근저당·가압류·대출 등이 없었고 무자본 갭투자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대체로 피해자들에게 '2개월 만 더 기다려달라', '보증보험으로 나가라', '나도 피해자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빌라의 세입자인 30대 남성 정모씨도 피해를 호소했다. 정씨는 해당 빌라에 2021년 3월5일 전세 계약하고 4월5일 입주했다. 2년 계약으로 지난 4일 만기가 됐지만 전세금 2억4000만원을 못 받고 있다.
정씨는 "(A씨가)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피해자들 안심시켜놓고 막상 보증서를 보면 일부 보증(전세금의 40%수준)만 가입해놨다"며 "지난 2월1일자로 거의 모든 물건에 압류가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액 보증 보험을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몇달 뒤 확인했더니 보증금액이 9240만원이었다"며 "이를 두고 A씨와 4개월간 다퉜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전세가 잘 돌면 전혀 문제 없다"며 "2억원 집을 100개 갖고 있다고 해서 200억원을 쌓아 놓고 (세입자가) 나갈 때 '안녕히 나가세요'라며 돈 줄 수 있는 임대사업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세 보증금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에 여러차례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단기간에 여러 채 무자본 갭투자를 한 경우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본다"며 "최근 법원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집값이 떨어지고 세금이 오르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도 사기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가"고 했다.
실제 전세사기로 문제가 된 인천 '빌라왕'은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수십에서 수백채를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활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지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로 버티다 피해를 키웠다.
일부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무조건적으로 사기죄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기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미필적 고의를 적용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할 때 성립하는데 이 같은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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