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하자 140억 쏟아부었다…증권사 2대 주주 오른 슈퍼개미
무더기 하한가 사태 속 '하따'(하한가 따라잡기)에 성공한 슈퍼개미가 나타났다. 주가가 폭락한 다올투자증권을 쓸어담으며 단숨에 2대 주주에까지 오른 김기수씨(65)다. 김 씨는 본인과 친인척 명의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고 주가도 상승하며 평가차익도 봤다. 다올투자증권은 김씨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긴장하고 있는데, 다른 증권사들도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의 매집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SG증권발 폭락사태가 시작된 지 나흘 만이다. 김씨와 최씨는 기존에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각각 158만주, 137주 보유하고 있었으나 주가가 3140원일 때부터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들이 매입을 시작하고 6거래일 연속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주가는 상승했다.
김씨는 공시 직전날인 지난 8일까지, 최씨는 지난 3일까지 다올투자증권 주식을 사들였다. 추가 매수분에 대한 평균 매수단가는 김씨와 최씨 각각 3500원 선, 3400원 선으로 추정된다. 김씨와 특수관계인들의 추가 매수량을 402만949주로 약 140억원이 투입됐다. 이날 종가(4225원)를 반영한 추가 매수분의 가치는 169억8851만원으로 평가차익은 약 3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현재 다올투자증권 전체 지분의 11.5%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김씨가 6.71%, 최씨가 4.74%, 순수에셋이 0.05%를 보유하고 있다. 이전까진 KB자산운용이 지분율 4.46%로 2대 주주였으나 이들이 그 자리를 꿰찼다.
다올투자증권의 최대 주주는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등의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25.26%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이번 하한가 사태로 다올투자증권의 주가가 폭삭 주저앉은 틈을 타 김씨 등이 지분 매수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이들의 주식 보유 목적은 '일반투자'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적지만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제안할 여지를 남겨둔다. 의결권, 신주인수권 등 법률에 따라 보장된 투자자 권리만 행사하는 '단순투자'보다 적극적인 단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씨 등은 "발행회사(다올투자증권)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그러한 권리로는 배당의 증액을 요청하는 걸 포함하며 발행회사 또는 기타 주주들이 제안하는 일체의 안건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프레스토투자자문의 총괄책임자도 "공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김씨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다고 알고 있으면 될 것"이라며 "프레스토투자자문이 퀀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매매를 주로 했으나 이번 건은 김씨의 운용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사업가로 소개된 김씨가 누구인지부터 왜 매집을 했는지 등에 대한 갖가지 추측들이 나왔다. 행동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이 주로 거론됐다. 한편에선 이번 폭락사태로 비교적 가격이 싸진 다올투자증권을 김씨가 우량주로 판단해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의 배당수익률은 5.1%다. 다올투자증권이 2021년 인수한 다올저축은행 부분도 견고한 수익을 냈다.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의 저축은행업 부문 영업수익은 3991억원으로 전년보다 11.94배 늘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으나 행동주의 목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가격이 많이 싸진 다올투자증권을 투자 목적으로 사들였다고 보는 게 지금으로선 합당한 해석"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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