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와 DM소통’ 조병익 토스인슈어런스 대표 “3년 내 설계사 5000명 도전"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토스인슈어런스가 대면영업 전환 1년 여 만에 설계사 600명 이상을 확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도약하며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목표는 더욱 의욕적이다. 연내 1000명, 3년 내 5000명 규모의 GA로 성장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이다.
조병익 토스인슈어런스 대표는 “대형 GA로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런 실험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성장 로드맵을 자신했다.
조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대면영업이 성공하려면 규모가 필요하다”며 “지난 1년간 IA(인슈어런스 어드바이저·설계사) 650명을 모았고, 올해 안에 무난히 1000명이 될 걸로 예상한다. 3년 안에는 4000~5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설계사 수 5000명이면 GA 업계 10위권 진입이 가능한 규모다. 이 정도 ‘덩치’는 돼야 보험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설정한 목표다. “보험사들을 경쟁시켜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을 줄 수 있는 보험의 플랫폼이 되려면 보험사들이 원하는 규모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토스인슈어런스는 토스의 GA 자회사로 2018년 10월 설립된 이후 TM(텔레마케팅) 중심 영업 전략을 펴오다 지난해 초 대면영업으로 전면 전환했다. 보험업계에서 TM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조 대표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4년 만의 설계사 영입에 “보험도 모르는 IT 회사가 실험만 한다”는 폄하도 뒤따랐다. 업계의 의심 어린 눈초리에도 묵묵히 달려온 지난 1년을 조 대표는 ‘증명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대면영업 전환 후 1년은 토스인슈어런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증명하는 치열한 시간이었습니다. 토스인슈어런스가 바라는 보험유통시장은 ‘삶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최소한으로 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토를 기반으로 우리 IA에게 보험료가 비싼 보험을 무리해서 제공하지 않아도 보험 상담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대면사업을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독립형 GA가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설계사를 끌어모은 것은 이례적 성과다. 비결은 기존 산업의 문법을 지워내는 ‘혁신’에 있었다. 모집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계단식으로 높여 지급하는 ‘계단식 수수료’를 과감히 버렸다.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는 실적 구간에 진입하려고 무리하게 영업하는 일이 잦은 기존의 모집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또 원수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계사-팀장·매니저(SM)-지점장-본부장 등으로 리쿠르팅(설계사 모집) 실적 중심인 GA식 조직구조를 확 뜯어고쳤다. 조직의 중간 단계를 최소화하는 대신 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를 높였다.
GA 업계에선 드물게 ‘언더라이팅 지원센터’도 만들었다. 고객 상담 단계에서부터 인수심사(언더라이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고객 상황에 맞는 더 좋은 상품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조 대표는 “설계사에게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사업 파트너가 되는 게 목표였다. 모든 설계사들이 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며 “설계사를 중심으로 공동의 이익과 노하우를 추구하는 새로운 GA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투명성과 평등을 근간으로 하는 토스의 조직 문화를 이식한 것도 눈에 띄는 시도다. “혁신은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조 대표의 믿음도 반영됐다.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통해 설계사들이 회사 대표에게 ‘DM(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토스인슈어런스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는 “설계사 분들이 얘기할 것이 있으면 DM을 통해 ‘커피 한 잔 하자’고 말을 건다. 1대1로 언제든지 대화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토스인슈어런스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젊고 스마트한 고객층이다. 금융 이해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토스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상품·서비스 비교에 능숙하다. 이들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상품 설계 역량이 필수적이고, 설계사들의 경쟁력도 뒤따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험 상품의 경쟁력과 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1~3위까지 내주는 ‘상품 내비게이터’도 신속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개발됐다. 예를 들어 40세 남성이라는 고객 특성을 입력하면, 곧바로 합리적인 보험료에 최대한 많은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들을 골라주는 프로그램이다.
토스인슈어런스의 신계약 건당 보험료가 평균 5만원밖에 하지 않고, 지난해 생·손보 합산 불완전판매율이 ‘제로 수준(0.01%)’이었던 것도 젊은 고객들의 깐깐한 눈높이를 맞추려다 보니 나온 결과다. “보험료 액수가 큰 종신보험 위주로 많이 팔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스마트한 고객들을 놓치고 토스인슈어런스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조 대표는 “우리 고객 포트폴리오를 보면 30대가 많다. 보통 GA들은 회사에 유리한 보험사 상품에 시책(수당)을 걸어 판매를 유도하는데, 토스인슈어런스 고객들에게는 고객별 상황과 상품력만 보고 가장 좋은 걸 추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스인슈어런스가 보험사들이 ‘회사 간판’을 떼고 상품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자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상품력만 보고 추천하다 보니 매달 상품별·보험사별 순위가 바뀐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토스인슈어런스를 상품의 경쟁력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토스인슈어런스에서 시작된 혁신의 바람을 업계 전체로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 GA가 고객에 집중하면 보험사도 뒤따르게 되고, 금융소비자들의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그의 말이 와닿았다.
“토스인슈어런스로 가입한 상품의 평균 보험료가 5만원일 정도로 IA들이 고객 중심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높은 보험료의 상품은 아니지만, 진정성 있게 판매하다 보면 다른 GA들도 고객 중심 상품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험사들도 더 좋고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철학을 함께 하는 GA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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