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활약 엄정화, 대선배인데 토닥이고 싶은 ‘공감의 엔터테이너’[★인명대사전]
지금이야 가수가 연기하고, 배우가 예능하고, 예능인이 노래를 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1990년대만 해도 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그 환경을 딛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이들을 우리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불렀다.
엄정화는 그런 의미에서 ‘만능 엔터테이너’의 1세대로 불리는 이다. 연기는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가 시작이다. 같은 해 ‘눈동자’가 타이틀곡인 데뷔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데뷔한다. 그 후 30년, 엄정화는 아이콘이 됐다.
2023년 엄정화의 활동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그가 출연한 JTBC 주말극 ‘닥터 차정숙’은 초반 5% 시청률에서 벗어나 지난 주말 방송된 8회에서 16% 이상으로 치솟았다.
가수 그리고 예능인으로서의 모습도 곧 보여준다. 엄정화는 오는 25일 tvN에서 방송되는 ‘댄스가수 유랑단’의 멤버로 선보인다. 이효리의 서울 탐험기를 다뤘던 ‘서울 체크인’에서 만난 댄스가수들의 모임이 인연이 된 프로그램에는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 등 당대를 장식했던 솔로 여가수들이 총출동한다.
그는 7~8년 만에 다가온 이러한 바쁜 일정에 대해 “예전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설렘을 드러낸 적도 있다. 실제 과거 엄정화는 쏟아지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일정을 피해 가수 컴백을 준비하고, 가수로도 한창 활동하다 연기자로서의 변신이 필요하면 스위치를 바꾸듯 이를 능수능란하게 바꿔가던 연예인이었다. 2020년대 중반인 지금에도 이러한 모습이 여전히 가능함을 그는 보이고 있다.
엄정화의 초반 이미지는 섹시함, 도도함 그리고 당당함이었다. 이는 그의 초반 연기작품이나 가수로서의 콘셉트에도 묻어났는데, 엄정화는 연기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등의 작품, 가수로는 ‘초대’ ‘포이즌’ ‘몰라’ 등의 노래 등에서 이를 표현했다.
하지만 2010년대 4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가수 활동을 줄이고 배우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마마’ ‘댄싱퀸’ ‘몽타주’ ‘관능의 법칙’ ‘미쓰 와이프’ 등의 작품은 다양한 장르와 더불어 한 아이의 엄마 또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엄정화의 변화를 보여줬다.
알고 보니 이 시기 엄정화는 갑상샘암 수술로 성대가 마비되는 후유증을 겪었다. 연기만큼이나 사랑하는 노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의 자존감은 급전직하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이를 이겨냈다. 이러한 노력의 일부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되기도 해 많은 감동을 불렀다.
한때는 섹시 아이콘이었고 트렌드 세터였지만 그는 이미지에 비해 유하고 심지어 여리기도 한 내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면은 최근 여러 예능에 출연하면서 그 모습이 많이 드러나고 있으며 ‘예쁘고 정 많은 언니’ ‘눈물 많고 웃음 많은 누나’로 대중에게 다시 각인되는 효과를 받았다. 어쩌면 갖은 고초를 겪음에도 씩씩했던 ‘닥터 차정숙’의 차정숙이 대중의 공감을 받은 데는 이런 엄정화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많다.
‘닥터 차정숙’의 차정숙은 2016년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에 이어 7년 만에 출연한 그의 단독 주연작품이다. 의사로서 꿈을 키우던 20살 무렵 지금의 남편 서인호(김병철)를 만나 아이를 낳고 결혼하면서 꿈을 접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레지던트로서 의사의 꿈을 되살리는 중년의 주부를 연기했다.
갖은 구박과 시련 속에서 그의 자존감은 떨어지지만, 주변 사람의 작은 사연도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려는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은 갖춰져 있다. 남편은 비록 오랜시간 외도를 해 심지어 자신의 딸과 동갑인 혼외자식까지 가지고 있지만, 그는 충격을 떨쳐내고 과감하게 가정으로부터 독립하려고 결심한다. 시련 속에서 다져지는 여린 영혼을 가진 차정숙은 실제 엄정화의 그것과 닮아있다.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도 엄정화의 그러한 성격은 도드라질 예정이다. 그는 동갑이지만 7년 먼저 데뷔해 솔로 여가수의 전성기를 열었던 김완선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고, 누구에게나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이효리에게서 응석을 받는 유일한 언니다. 게다가 다정한 모습으로 보아, 화사 등 동생들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가장 기대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엄정화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는 어쩌면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예능이면 예능 기술적인 부분에서 능숙한 이를 말하는 표현이 아닐까도 싶다. 엄정화는 30년의 세월 동안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납득시켰고, 이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정서를 공감받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그런 그에게 ‘공감 엔터테이너’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대중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든 엄정화를 기다리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이는 스타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기쁜 일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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