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42’ 종료 D-2, 미 국경에 이민자 행렬····긴장감 고조

미국 정부의 이민자 즉시 추방 행정명령인 ‘타이틀 42’ 해제를 이틀 앞둔 9일(현지시간)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국경지대에서 미국으로 향하려는 이민자들이 철조망 앞에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시행해온 엄격한 이민자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가 오는 11일 3년 만에 종료되면서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AP통신 등은 ‘타이틀42’ 행정명령 종료를 앞두고 남부 국경지대에 이민자들이 몰려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발표하며 ‘타이틀 42’ 역시 해제가 임박하자,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중·남미 국가 이민자들이 국경지대에서 텐트를 치며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 국경순찰대 라울 오티즈 국장은 이번주 들어 하루 평균 약 8800명이 미-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됐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지난 3월 하루 평균 5200명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는 3만5000여명, 티후아나에는 1만5000여명의 이민자가 ‘타이틀 42’ 해제를 앞두고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지역의 이민자 보호시설 역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타이틀 42’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미국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 본국으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미 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이 정책 시행 후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280만명이 월경 즉시 추방됐다.

이 행정명령이 종료됨에 따라 오는 12일부터는 종전의 ‘타이틀 8’로 돌아가게 된다. 이 역시 불법 입국자에 대해 신속 추방을 할 수 있지만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망명 신청을 할 경우 심사 기간 중 미국 체류가 허용된다.

미국 정부는 ‘타이틀 42’ 종료 이후 하루에 1만3000명 이상이 월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많은 국경도시들이 이미 이민자들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엘파소, 브라운스빌, 라레도 등 텍사스주 3개 도시는 이미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9일에는 시카고 시장이 “남부 국경지역에서 이송된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시카고에는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8000명의 이민자들이 도착했다.

뉴욕시도 긴급회의를 소집해 임시 수용시설로 사용할 공간을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뉴욕시는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주거권이 법으로 보장된 지역이어서 이민자들이 임시 거주시설을 찾아 뉴욕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CNN은 이민자들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얻으려는 브로커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 불법적인 국경 횡단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며 “미국 국경은 열리지 않았고, 5월11일 이후에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정부는 남부 국경에 10일부터 병력 1500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다른 나라를 경유해 미국 국경을 넘는 이들의 망명을 거부하는 등 새로운 규정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CNN은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타이틀 42’ 종료 후 이민자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