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젊은이’들이 ‘어둠의 알바’에 몰리나…도쿄 하얀 복면 강도 사건이 보여준 그늘
일본 사회가 ‘다크바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크바이트는 ‘어둠의 아르바이트’란 뜻으로 불법적인 아르바이트를 일컫는다. 돈이 궁한 청소년과 청년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모집글을 보고 모여 강·절도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은 도쿄 긴자에서 벌어진 ‘하얀 가면 강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도쿄 경시청이 전날 미나토구의 아파트에서 고등학생을 포함한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요코하마에 사는 무직 청소년(16)과 사립고 3학년 남학생(18),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성(19), 직업을 알 수 없는 남성(19)으로 이뤄진 이 4인조는 지난 8일 긴자의 명품시계점에서 하얀 가면을 쓰고 강도 행각을 벌인 뒤 렌터카를 타고 이동해 약 3㎞ 떨어진 미나토구 아카사카의 아파트에도 무단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관들은 “4명 모두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며 “다크바이트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하얀 가면 강도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6시 15분쯤 긴자에 있는 명품시계점인 ‘쿼크 긴자888 롤랙스’ 점포에서 발생했다. 일본 언론과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하얀색 가면을 쓴 세 명의 남자가 점원에게 흉기를 들이밀며 협박한 뒤 롤렉스 시계를 포함해 명품시계와 귀금속 100여점을 챙긴 뒤 인근에 주차된 렌터카를 타고 달아났다.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렌터카 위치 등을 추적해 이들을 붙잡았다.
최근 도쿄 일대에서는 이와 유사한 강도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의하면 아르바이트 온라인 모집에 응해 모르는 사람들끼리 벌인 강·절도 사건은 2021년 여름 이후 14도부현에서 50여건 발생했다. 현재까지 60명이 체포됐는데 용의자 가운데 10~20대가 눈에 띄게 많다.
도쿄신문과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부터 5월 7일까지 도쿄에서만 귀금속 가게 4곳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했으며 체포된 용의자들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이었다. 지난해 12월 도쿄 시부야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비롯해 최소 6개 현에서 강·절도 사건을 벌인 3인조도 19세였다. 이들은 체포 직후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인스타그램 아르바이트 모집글을 보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도쿄 경시청은 돈이 궁한 청소년과 청년들을 모집해 강·절도 행각을 시키는 배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곤궁한 청년들이 범죄에서도 일회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년원 법무교관을 맡은 쓰토미 히로시 시즈오카대 교수는 “체포당할 위험을 알고 있어도 배후조종자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곤궁한 젊은층이 많고, 이들은 SNS에서 일을 구하는 것에 대한 저항심리도 약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젊은층의 생활을 지지하는 구조를 만들어 범죄 조직에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사람을 줄여야만 한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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