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목줄에 묶여 비 쫄딱 맞는 개…호텔·공장·농장 곳곳에 있다

김지숙 2023. 5.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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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5성급 호텔 ‘야생동물 감시견’ 배치 논란
공장, 밭 지킨다며 외딴 곳 방치 사례 흔해
“거주지 아닌 곳에서의 사육은 금지해야”
지난 6일 한 누리꾼이 5성급 호텔인 ‘파라스파라’가 멧돼지 감시견이라며 개를 짧은 목줄에 묶어 방치했다며 글을 게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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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개가 어떻게 야생동물을 감시하나요?’ ‘5성급 호텔의 경비 시스템이 감시견이라고요?’

지난 주말 서울 강북구의 5성급 호텔 ‘파라스파라 서울’이 ‘멧돼지 감시견’이라며 개를 짧은 줄에 묶어 빗속에 방치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6일 호텔을 찾은 제보자가 산책에 나섰다가 현장을 발견하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동물 학대라며 항의했고, 논란이 커지자 호텔은 7일 “야생동물 출연을 감시하기 위해 민가에서 키우는 감시견을 호텔 쪽으로 이동시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은 논란만 더욱 증폭시켰다. 주된 지적은 짧은 줄에 묶인 개가 어떻게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반려동물 동반 객실을 홍보하며 한 편에선 개를 열악한 환경에 방치한 것도 이중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6일 한 누리꾼이 5성급 호텔인 ‘파라스파라’가 멧돼지 감시견이라며 개를 짧은 목줄에 묶어 방치했다며 글을 게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제보자는 제대로 된 밥그릇도 없었다며 개집에 쏟아져 있는 사료, 흙탕물이 든 물그릇 등을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호텔 해명으로 인한 논란으로 이번에 주목을 받았지만 감시견·경비견으로 외딴곳에 방치돼 한 자리에 묶여 사는 개들이 겪는 고통은 오래된 문제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나연 활동가는 “과거 개를 ‘집 지킴이 개’로 마당에 묶어두고 키우던 인식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최근까지도 공장을 지키는 경비견, 밭이나 농장을 지키는 개, 고양이에 대한 보호와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경기 파주에서 구조된 개 ‘알프’는 외양간을 지키는 개로 10년 넘게 짧은 줄에 묶여 살았다. 노령의 보호자가 사망하며 갈 곳이 없어지자 단체가 알프를 구조하며 난생처음으로 줄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인천 부평구의 한 등산로 곁에 밭 지킴이 개로 묶여 있던 ‘만백이’도 폐렴과 심장사상충 등으로 병 들 때까지 방치되다 2021년 시민에 의해 구조됐다. 2020년 파주의 한 공장에서는 공장 경비견으로 길렀던 개들이 4년 만에 자체 번식을 하며 100마리까지 늘어난 사례도 있었다.

‘밭 지킴이 개’로 등산로 옆에 묶여 있던 개 만백이. 카라 제공

‘1m 목줄’에 평생 묶여 살아가는 마당 개의 현실이 공장·농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주인과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마당 개보다 경비견은 더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대표는 “농막이나 밭 등 상시적인 관찰이 불가능한 곳에서의 사육은 문제가 일어나도 제때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없다. 동물의 건강이나 안전이 위험할 뿐 아니라 사회화되지 않은 개가 풀려나며 들개화 될 가능성, 다른 사고에 연루될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법은 이런 개들을 보호해줄 수 없을까. 동물보호법 제9조(적절한 사육·관리)는 동물의 소유자가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10조(동물 학대 등의 금지)에서도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공간 및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목줄, 위생 건강 관리를 위한 사항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항들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은 적절한 돌봄을 이행하지 않아 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질병이 유발되었을 때에만 학대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전북 김제시 한 농장에서는 ‘밭 지킴이 개’로 여러 마리 개가 방치된 현장이 제보돼 동물들이 구조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형주 대표는 “동물의 보호·복지를 위한 법 취지를 온전히 담아내려면 질병이나 상해가 있기 전에 예방적으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 많은 국가들은 마당 개, 뜬장 사육, 장시간 방치 등을 동물학대로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서는 동물의 사육을 금지하고, 돌봄·사육 의무를 반려목적의 동물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주거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육하는 모든 개에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물에게 적절한 사육 환경과 돌봄 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윤미향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1월 발의됐다. 개정안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주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움직임을 보장하며, 혹한·혹서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소유자에게 의무로 지운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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