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여니 선글라스 만지작…'北 공작' 민주노총 간부 기소(종합)
반정부 시위, 군사시설 정보 수집 등
북한과 암호로 접선…유튜브 특정 댓글 달며 소통
검찰 "100만명 규모 노조 포섭해 정치투쟁 동원 의심"
북한에 포섭돼 반정부 시위를 하거나 군사시설 정보를 수집하는 등 국내에서 공작 활동을 벌인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약속된 암호로 교신하는 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52)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등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 포섭된 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캄보디아 프놈펜, 중국 광저우, 베트남 하노이 등지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들과 접선하는 한편, 국내에서 북한 지령을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북한은 이들에게 민주노총 계파별 움직임과 선거동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하거나, 정권 퇴진운동 등 반정부 시위 활동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이들에게 보낸 지령문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2회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또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 정보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북한이 국가기간망을 마비시키기 위해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튜브에 '오르막길' 댓글 달면 접선 불가"
A씨와 북한 공작원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접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접선 5분 전쯤 약속 장소에 나간 뒤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정시가 되면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을 열고 마셨다.
신호를 인지한 북한 공작원은 약 7~8m 떨어진 곳에서 선글라스를 닦으면서 응답한 뒤 접선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특정 유튜브 영상에 암호화 된 댓글을 달며 소통했다. 가령 접선이 어려울 경우엔 특정 오토바이 주행 영상에 '오르막길'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댓글을 달았다. 반면 접선이 가능하면 '토미홀'을 달면서 무언의 신호를 주고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암호키'를 확보하고 이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北, 간부와 20년 관계맺고 세력 확장
이번에 기소된 피의자 중 A씨는 20여년 전부터 북 공작원과 관계를 맺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A씨를 기반으로 세력을 넓힌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확보한 지난해 12월 17일자 북한이 보낸 지령문에는 "우리는 A씨가 총회장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받들어 통일변혁운동을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20여년 동안 만나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눴던 날을 잊지 않고 있다"고 써있었다.
북한은 A씨 외에도 5단계에 걸쳐 공작활동을 할 대상을 포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포섭 대상과 매주 1회 이상씩 만나며 관계를 형성한 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이나 반미 사상 등을 교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단계로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 경제상황이나 고향, 성향까지 파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진술 거부중…민노총 "尹 정권, 특권세력 추구"
검찰은 북한이 A씨와 같은 100만명이 넘는 노조 간부들을 포섭해, 정치투쟁 등에 동원시키려 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A씨 등은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근로조건 개선 활동은 하지 않고,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미·반일 감정 확산이나 특정 정치투쟁에 치중했다"며 "공범 수사를 계속해 노동단체에 침투한 지하조직의 실체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북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투쟁을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은 재벌 이익을 수호하고 특권 세력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며 "국민의 기본권과 생명, 국가의 자주성과 평화를 지킬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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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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