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열기 살아났지만...웃지 못하는 국대 선수들

개막전 WBC 대표 출전

고우석·곽빈·박병호

부상·부진으로 고전중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부진과 각종 일탈에 흔들렸던 프로야구가 ‘엘롯기’ 등 인기팀의 선전에 힘입어 경기당 평준관중 1만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2023 WBC에 출전했던 선수들에게 마냥 즐거운 시즌만은 아니다.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다.

숫자로 드러난다. 정규 시즌 고작 한달여가 지났지만 대표팀 15명의 투수 중 3분의 1에 달하는 5명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험이 있다. 고우석(LG 트윈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소형준(kt wiz), 김광현(SSG 랜더스) 등이 한 번 이상 선수단에서 이탈했다.

심지어 4월 한 달 간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0.88, 피안타율 0.163을 기록하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던 곽빈(두산 베어스)마저 지난 8일 허리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곽빈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관중 앞에서 나도 정말 잘 던지고 싶은 욕심이 컸고, 팀 연패를 끊고 싶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며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다.

비단 투수뿐만이 아니다. 오지환과 김현수(이상 LG 트윈스)는 각각 복사근과 허리 통증으로 빠졌다가 돌아왔고, WBC 당시부터 종아리가 좋지 않았던 나성범(KIA 타이거스)는 개점 휴업 상태가 길어졌다. 이밖에 대표팀 4번 타자였던 박병호(kt wiz)도 햄스트링 부상, 최지훈(SSG 랜더스)도 발목 부상을 당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인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마저 4월 한달간 타율 0.218(87타수 19안타), 3홈런, 13타점에 그치며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다.

각 팀의 순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WBC 당시 사령탑을 맡았던 이강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kt wiz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팀이다. 가을야구에 진출할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8승 18패 2무로 꼴찌에 처져있다. 감독부터 스프링캠프에 올인하기 힘들었고, 소형준과 박병호, 중국 대표팀으로 WBC에 참가했던 주권 등의 공백을 고려하면 정상 전력이 아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야구팀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몸을 직접 보면 아무래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도 길었고, 날씨 문제도 있어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며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부상이나 부진 문제를 두고 무조건 WBC 탓만을 할 수는 없다. 한국보다 더욱 많은 경기수를 소화한 일본 대표팀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등이 이후에 정규 시즌에도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공교롭게도 부상 시기가 겹치며 WBC 후유증 얘기가 나오지만 요즘은 각 팀의 마무리 훈련을 마친 후에 선수들이 개별 훈련에 들어가는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에 평소보다 이른 몸만들기를 해서 다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애초에 실력과 정신력에서 앞선 선수들이 국가대표까지 나갈 수 있던 것이고, 프로 선수로서 부상 관리 역시 중요한 덕목이기에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오는 가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또 다시 구성해야 하는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국제대회 엔트리 중에서는 규모가 작은 24인이라 각 선수의 중요도도 그만큼 커지기에 부상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