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결정 체계 바꾸겠다”는 정부…정치권 입김 벗어날까
용역 결과 토대로 제도개선안 및 입법조치도 고려
국회 문턱 넘을지 미지수…내년 총선도 장애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독립적인 요금 결정 시스템 구축에 나설 모양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현 상황에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개선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도 전기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존재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10일 에너지 당국 및 업계,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오는 11일 오전 7시30분께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요금 인상폭을 논의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자구책 협의를 마친 한전과 가스공사는 당에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단행된 1분기 요금 인상(13.1원)보다 소폭인 ㎾h당 7원가량의 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는 현행 전기요금인 ㎾h당 146원보다 약 5% 오르는 것으로 4인 가구(307㎾h 사용) 기준으로 월 2400원가량을 더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 요금 인상의 주도권은 정부가 쥐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일 추 부총리는 전기요금 인상 협의 과정을 밝히면서 "간혹 전기·가스요금을 당에서 결정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당은 당정 협의과정에서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당이 입장을 결정하면 정부가 협의를 통해 전기·가스 등 에너지 공공요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정부가 책임성 있게 결정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 장관 역시 "여당 나름대로 정책에 의견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서도 "큰 방향은 산업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정책결정권자들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이 40일 넘게 표류한 일이 재차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독립적인 요금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이 장관은 "에너지 요금은 경제적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정치화해선 안 된다"며 "전기·가스요금 결정 체계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지난해에 이미 시작했고 이르면 5~6월에 전기요금, 9~10월에 가스요금 관련 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업계, 일반 여론을 수렴해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제도 개선안을 만들고 필요하면 입법 조치까지 밟겠다는 뜻도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물가안정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포함한 '전력시장·요금·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 강화 방안 연구'를 발주했다. 올해에도 '가스 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독립성 강화' 국정과제 지지부진…입법 가능성은?
현재 전기요금의 경우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해 산업부에 제출하면 산하 기관인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산업부가 최종 인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물가안정법에 따라 산업부는 물가 당국인 기재부 및 여당과 협의를 진행했다. 사실상 전기위는 심의만 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 장관이 '입법 조치'까지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산업부는 물가안정법·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적인 에너지 요금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시장 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전력 시장 및 요금 체계 조성을 위해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에너지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영국(가스전력시장위원회)과 일본(전력가스시장감독위원회)은 전기와 가스를 규제하는 위원회를 갖췄고 미국(공익사업위원회), 독일(연방네트워크기구), 프랑스(에너지규제위원회)도 비슷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대로 에너지 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지 미지수라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기 가격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전기위 조직개편도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입법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성난 민심을 경험한 여당이 응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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