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요리 어렵다는 건 편견 … 레스토랑, 오페라처럼 즐겨주길"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5.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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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서울 4년만에 갈라 디너 …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 인터뷰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가 롯데호텔 서울에 위치한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레스토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요리는 자꾸 도전해보고 경험해봐야 한다. 프랑스 요리가 고급이라 다가가기 어렵다는 것은 통념이다."-피에르 가니에르 셰프

'요리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가 롯데호텔 서울에서 4년 만에 갈라 디너를 이달 초 선보였다. 가니에르 셰프는 프랑스 유력 요리 전문지 '르 셰프(Le Chef)'가 미쉐린 스타 셰프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고의 셰프'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올랐고, 그의 대표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는 1998년 이후 현재까지 미쉐린 3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한국을 직접 찾은 가니에르 셰프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프랑스 요리가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다가가기 힘들다'는 질문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프랑스 요리를 자주 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일반 음식점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프랑스 요리인 양파수프나 크렘브륄레 등을 일단 선입견 없이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레스토랑에 방문해 음식을 즐기는 것 자체가 일종의 오페라극장에 가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곁들였다. 그는 "레스토랑에 오는 고객층이 되게 젊어지고 있다"면서 "오페라극장에 가면 분위기를 즐기고 오페라·연극을 보는 것처럼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때도 그냥 즐기러 간다고 마음먹으면 편하다"고 밝혔다.

이번 갈라 디너는 2008년 롯데호텔 서울에 문을 연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의 15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가니에르 셰프는 롯데호텔 서울의 국내 최장수 호텔 한식당 무궁화와 함께 협업해 이번 갈라 디너를 준비했다. 이번 메뉴 구성에 대해 가니에르 셰프는 "롯데호텔과의 진하고 오래된 우정을 바탕으로 창조된 요리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가 롯데호텔 서울 한식당 '무궁화'와 함께 선보인 갈라 디너 메뉴.

이어 그는 "이번 갈라 디너는 한식과 프렌치의 만남이다. 프랑스 요리에 한국 재료들을 사용한 것"이라며 "음식 안에서 한국과 프랑스 두 문화가 공존하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가니에르 셰프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협업 갈라 디너는 식전 주전부리 페이테부터 마무리하는 프티푸까지 총 9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인삼, 김치, 디포리, 감태, 오미자 등 프랑스 요리에서는 생소한 한국 고유 식자재부터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아 등 해외 식자재를 버무렸다.

구체적으로 우엉 강정과 인삼향 퍼누이 드 호아얄 등을 포함한 아뮈즈 부슈, 진구절과 주꾸미 만두 등 전채에 더해 옥돔, 생선 수프, 감자 모슬린의 푸아송과 한우1++ 안창살 스테이크, 구운 흰 꽃송이 버섯 등의 비앙드로 구성한 메인을 내놨다. 디저트로는 오미자 그라니테, 맥주 아이스크림 등을 준비했다.

가니에르 셰프의 원픽 식재료는 '인삼'이었다. 인삼을 두고 '첫눈에 반했다'고도 했다. 가니에르 셰프는 "식재료 인삼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본적이 없다. 한국 재료 중에서는 가장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한다"며 "인삼에서 정말 많은 맛이 동시에 난다"고 밝혔다.

미쉐린 3스타의 영예를 오랫동안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3스타를 유지할 수 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오래전부터 항상 요리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연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천연 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며 "시대가 흐르고 환경이 변하는 것에 따라 새로운 재료로 어떻게 더 자연스러운 맛을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닭을 잡아 털을 뽑고 벗기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식재료의 질감을 찾아가는 행위고, 닭고기를 굽거나 삶을 때 각각의 질감이 다르기 때문에 각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15년간 롯데호텔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는 비결은 롯데와의 '상호작용'이라고 꼽았다. 가니에르 셰프는 "롯데는 뿌리가 아주 깊고 문화적으로도 깊이가 있다. 일을 같이 하면서 상호작용이 탁월한데,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성취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도 했다. 가니에르 셰프는 "큰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본업인 내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해왔다.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끈기 있게 기울인 것은 기본"이라며 "여전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하기 때문에 지금 해왔던 것처럼 계속 쭉 일을 할 것 같다"고 목표를 밝혔다.

한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롯데호텔 창립 50주년 기념 메뉴를 이달 31일까지 판매한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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