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경기 저점 근접…본격 회복 전까지 내수·세수 악화”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컴퓨터·모바일 기기의 교체 주기를 감안하면 내년 쯤에는 반도체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모바일 기기의 교체 주기는 반도체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하락도 컴퓨터·모바일 기기 수요가 떨어진 결과다로 분석된다.
컴퓨터의 교체주기는 통상 4~5년 정도로 잡는다. 2015년과 2019년에 컴퓨터 수요가 저점을 형성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초중반에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기기는 2020년 3분기 이후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올해 2~3분기에 수요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KDI는 “반도체 경기의 전개 양상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도 “반도체 관련 제품의 교체 주기와 생산-재고 순환 등 관련 지표를 감안하면 올해 2~3분기에는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형성할 것 ”이라고 관측했다.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했더라도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중반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가람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서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컴퓨터·스마트폰 기기 수요 상승을 생각하면 내년 중반쯤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경기 부진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반도체 경기 부진은 수출뿐 아니라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세수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GDP)은 0.78%, 반도체 가격이 20% 하락하면 GDP는 0.1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 특성상 취업 유발효과가 크지 않아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봤다.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2.1명으로 전산업(10.1명)에 견줘 낮다.
반도체 경기 하락에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KDI는 “우리 경제는 반도체 부문 중 변동성이 높은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돼 반도체 경기 하락에 더욱 취약하다”며 “시스템반도체 비중 확대가 경기 변동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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