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부 20년간 간첩활동했다” 공안당국 지령문 90건 확보
석씨 20년간 민노총 핵심부서 책임자…北 “민노총 조종·장악” 지령
北 민노총 홈페이지 통해서 지령문 전달 ‘사이버 드보크’ 드러나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반정부 투쟁과 군사기밀 수집 등 북한의 지령을 받아 수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른바 민노총 간첩사건 총책인 석모(52)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이 입사 때인 2004년부터 20년간 간첩활동을 해온 것으로 지령문 암호해독 결과 드러났다.
공안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이 북한측과 주고받은 통신문건을 입수했으며,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인 90건의 북한 지령문을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안당국은 "특히 석씨는 20여년 동안 북한 공작원과 접선·교류해왔고 북한 공작원이 ‘따뜻한 동지’로서 ‘혈육의 정’을 나눴다고 표현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석씨는 2004년부터 약 20년간 민노총 핵심부서의 책임자로, 대외협력실 국장, 조직실장, 기획국장, 교육국장, 조직쟁의국장 등 민노총의 정책·조직·인사·교육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북한의 지령을 수령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석 씨는 20년에 걸쳐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남공작을 수행하기 위해 민노총에 들어가 셈이다. 북한은 석 씨에게 ‘지사장(석씨 )이 총회장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받들어 통일변혁운동의 한길을 변함없이 끝까지 걸어가리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으며 20여년 동안 우리 서로 만나 굳게 손잡고 뜨겁게 포옹하며 밤새도록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누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날들을 잃지 않고 있다’(2022년 12월17일 북한 지령문)고 통지했다.
북한은 석씨에게 민노총 조종·장악을 위한 지령문을 하달했다. 북한은 2021년 11월 ‘민노총 제10기 중앙집행부 선거에서 자주계열 후보가 당선되기 위한 유리한 환경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북한은 조합원 수가 10만명이 넘는 금속노조를 확고히 걷어쥐는(장악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으라는 지령문(2019년 10월)도 보냈다. 북한은 석씨에게 민노총 핵심부서 등 배후조종도 지시했다. 북한은 ‘촛불민심을 반미, 반보수투쟁으로 적극 견인하기 위한 실천활동을 적극 벌이도록 선전홍보실과 대외협력실 관계자들을 부추겨 놈들의 기도를 노동자들을 비롯한 광범위한 대중 속에 폭로 유포하라는 지령’(2019년 6월)을 내렸다. 석 씨는 ‘반전평화운동과 미군기지철거투쟁 등 통일 사업은 대외협력실의 통일국과 매번 협의하고 있으며, 교육사업은 교육원과 기획실의 부서장들과 공식, 비공식 협의를 진행한다’(2022년 9월)고 북한에 보고했다.
북한은 석씨 등에게 "국가정보원 해체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투쟁을 공세적으로 조직 전개해나가야 한다"며 "민간인 사찰 규탄집회, 촛불시위와 같은 실천투쟁을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벌여 국정원 해채 여론을 형성해 나갈 것"을 지령문을 통해 하달했다. 이어 "민노총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날까지 투쟁을 계속하고 민노총의 선전수단들을 발동해 국가보안법이 반민주 반인권 반통일적인 파쇼악법이라는 것을 강력히 집중해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킬 것"을 지령했다. 북한은 석씨 등에게 "비록 지사 성원이 아니라도 청와대와 검찰, 통일부를 비롯한 적통치기관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인물들과의 인맥관계를 두터이하는 방향에서 정보선을 늘이기 위한 사업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밀고나갈 것"(2019년 1월24일자 지령문)을 지시했다.
석씨는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 교신망인 이메일, 클라우드를 통한 스테가노그라피 외에도 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 이른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란 신종 수법으로 북한과 교신해온 사실도 수사결과 드러났다.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문자 ‘토미홀’을 포함시킨 필명이나 글을 올리면 출장(해외 접선)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9∼10월이 불가능하다면 문자 ‘오르막길’을 포함시킨 글을 매달 18∼20일에 올리다가 출장이 가능한 두달 전에 ‘토미홀’로 해주기 바람이라는 글을 올리는 식이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10일 국가보안법의 특수잠입·탈출·회합, 간첩 등의 혐의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48)씨,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54)씨, 민노총 산하 노조 조직부장 D(51)씨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함께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총책인 석씨는 2017~2019년 캄보디아·중국·베트남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8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모두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문을 수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의 시설과 군사장비 등을 탐지하고 수집한 혐의도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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