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포용금융… 카뱅·케뱅 "고신용 사장님만 모십니다"

박슬기 기자 2023. 5.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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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저신용 차주는 취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경쟁적으로 출시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신용대출이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저신용자들에겐 대출을 내주지 않아 포용금융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출시한 가운데 올 3월까지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인 개인사업자에게는 아예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뱅 3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던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6등급 이하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한 토스뱅크의 경우 올해 들어 저신용 개인사업자들에게 신용대출을 신규 취급하기 시작했다.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만 해도 7~10등급인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다가 지난 2~3월 10등급까지 고객군을 확대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들은 돈 빌리기 힘든 저신용 개인사업자를 외면해 놓고 대외적으론 고금리 속 개인사업자들의 이자부담을 덜기 위해 금리 인하 특판을 진행한다고 발표해 일각에선 두 얼굴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올 6월 말까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기준 연 4.68%에서 연 4.28%로 낮아져 금융권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시중은행·지방은행도 10등급 개인사업자에게 대출 내주는데


올 3월 기준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국내 16개 은행 가운데 7~10등급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곳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물론이고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 6곳과 기업·SC제일은행 등으로 14곳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까지 운영하며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혁신과 포용금융을 약속한 인터넷은행들이 정작 저신용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며 금융당국의 기조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부터 인터넷은행은 I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 탄생했다. 특히 금융데이터와 비금융 거래정보, 통신사 데이터 등을 결합해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혁신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이 높았다. 올 3월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76~8.07%로 5대 은행(5.29~6.44%)보다 금리 하단이 0.47%포인트, 상단이 1.63%포인트 더 높았다.


자영업자 부실 점점 커지는데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50%가량 늘어난 가운데 연체율도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올라가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자영업자의 모든 금융 기관 대출을 합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48.9%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26%로 2020년 2분기(0.29%)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4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3년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상호금융 대출은 16조1000억원에서 37조1000억원으로 13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는 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112%,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1조9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57.9%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지만 저신용·저소득 차주는 신규 대출 취급에서 제외하는 모습"이라며 "연체율 상승 등의 자산 건전성 문제도 있겠지만 저신용·저소득 취약 자영업자를 1금융권에서 외면하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제2 제3금융권, 심지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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