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칼럼]유기물 기반 전자제품 시대

2023. 5. 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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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윤 로오딘 대표

옛날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원자와 분자라는 개념을 몰랐다.

과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탄소나 산소를 알고 이들이 모여 만든 이산화탄소를 안다. 지우개를 쪼개고 쪼개서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경우의 최소 단위가 분자라는 설명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다.

그 옛날 막연히 뭔가 최소 단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금 우리는 정확한 분자의 구조를 알고 이들을 구성하는 원소를 안다. 이들 세계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수식을 발견했으며 우리는 계산을 통해 분자의 물리적 특성을 예상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학교에서 배우기도 하는 자연과학은 옛날 사람들에게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고 받아들 일 수 없는 지동설과도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분자를 계산을 통해 그려보고 원하는 특성이 보일지 확인하고 그것을 만들 수도 있으며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놀라운 일이 지금 우리 안방에서 우리 손바닥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OLED를 적용한 TV, OLED를 이용한 휴대폰이 그 주인공이다. OLED는 ‘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줄임말로 오게닉(Organic)으로 구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게닉(Organic)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닌가. 그렇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말이고 대형마트 농산물코너에서 흔히 보는 단어다. 뭔가 신비롭고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들리는 이 단어는 그냥 유기물을 총칭한다.

전자회사를 입사할 때 면접관은 ‘유기물이 뭔가’라고 질문했다. 당시에 ‘주로 탄소로 이뤄진 물질입니다’라고 대답했고 면접관은 ‘그게 뭔가, 요즘 세대는 학교에서 배운 것만 말할 줄 알고 일반 사람이 이해하도록 설명을 못한다’고 했다.

합격은 했으나 지금도 나는 유기물을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른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 주로 탄소, 질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 물질. 유기물 정의는 그 근처 어딘 가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유기물이 TV를 만들고 조명을 만드는데 쓰인다. 사실 에디슨이 백열등을 만들고 반도체가 나오고 나까무라수지가 청색 LED를 만들고 지금까지 모든 전자 제품은 무기물로 만들어졌다.

무기물로 아파트도 짓고, 비행기도 만들고 하니 무기물은 튼튼하다 전자제품을 무기물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고, 세상은 무기물을 다루는 사람들과 이들의 물리 현상을 다루는 사람이 만들어 갔다.

유기물은 불안정하고 쉽게 분해되고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유기물을 이용해서 LED를 만들고 반도체를 만들고 광통신을 하고 솔라셀(Solar cell)을 만드는 시도는 허무한 일처럼 보여졌다.

그런데 OLED가 발견된 1987년 이래 35년간의 기술 축적의 시간을 거쳐서 우리는 안방에서 영화를 유기물이 빛을 내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가 휴대폰으로 하는 모든 일은 유기물이 내는 빛을 사용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OLED는 미국에서 발견되고 일본에서 사업화를 시작했으나 한국에서 꽃을 피웠다.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준 지금 우리는 OLED로 디스플레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사실을 중국도 알기에 정부 차원 막대한 투자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이제 OLED에 있어 남은 기술은 청색 발광층뿐이다. 청색 발광층의 효율을 현재 수준 두 배 이상 올리면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을 먼저 달성한 회사가 OLED의 초격차를 만들고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갈 것이다. 이 일에 로오딘이란 벤처기업이 깃발을 올리고 ‘청색의 보물섬’을 향해 출항했다.

이미 유기물을 이용한 전자제품의 시대는 시작됐다. 무기물 시장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유기물로 구현하는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만들어간다.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다음 세대를 준비할 기술로 유기소재 개발과 이를 이용한 전자제품은 분명 개척해볼 만한 미지의 땅이다. 우리는 지금 상상도 못할 일들을 우리 후손은 당연하게 여기고 사용할 것이다. 그 한가운데 유기물을 이용한 기술이 있기를 꿈꾼다.

오형윤 로오딘 대표 ohygo@lord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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