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21〉인간-로봇 공존 시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최근 들어 로봇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주요국은 로봇을 활용한 산업생산성 향상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로봇활용을 고민하고 있으며, 국내외 유수 기업은 산업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이미 로봇이 폭 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 일상에서도 로봇은 우리와 대화하고 같이 생활하면서 사람이 필요한 것을 수행하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의 생활속에 로봇이 확산되고 대중화됨으로써, 우리사회와 생활·문화 등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로봇에 대한 다양한 기대가 존재하지만 우리 삶에서 로봇을 체감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하는 사회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정책, 법·규제, 사회 등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기반 마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로봇산업 생태계는 취약한 상황이다. 로봇밀집도가 1위인 우리나라는 산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도입을 적극적으로 해왔지만, 대다수 로봇은 일본, 미국 등 글로벌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른 로봇핵심부품, 소프트웨어 자립도가 낮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로봇산업 구성이 중소기업 위주로 되어 있고 로봇관련 전문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즉, 우리나라는 ‘로봇 소비 大國“인 반면, ‘로봇 제조 小國”인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산업 성장을 지원할 연구개발 지원이 시급하다. 로봇산업은 원천기술 개발 지원과 제품 상용화 지원이 동시에 진행돼야 효과가 큰 분야로, 이와 같은 특성을 고려한 연구개발 지원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높은 기대 수준도 로봇확산에 큰 걸림돌이다. 소비자의 기대와 현실구현 가능성 사이의 큰 격차는 시장에서의 장애요인 중 하나다. 우리가 접하는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 등에서 등장하는 로봇으로 정서적 교류가 가능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로봇은 없다.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청소로봇도 바닥청소에 머물러 있으며, 사람이 청소하는 것과도 큰 차이가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 다양한 로봇개발에 착수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로봇은 비싸며 가격에 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로봇 도시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로봇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시 내 로봇을 도입·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로봇을 활용하고, 사용자는 데이터를 생산하며, 산업에서는 로봇가격을 낮추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로봇관련 법규·규제·관련 표준이 미비하여 제품개발 후에도 활용에 제한이 따르는 문제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로봇 규제혁신 로드맵’을 발표, 규제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규제 기준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으로 로봇개발시 모든 규제를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제약사항이 많다. 따라서, 로봇 분야에서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로봇활용에 있어 부작용이 예상되는 분야에 규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제약이 되는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한 상황이다.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지배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로봇 활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합리적인 주장 아니다. 로봇은 인간을 보다 더 편리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로 인식해야하며, 이를 통해 로봇이 제공하는 일부 업무를 인간이 보다 창의적이고 가치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로봇 사회화를 위한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정부와 사회 모두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어, 로봇 기술을 활용한 사회전환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산업육성 지원과 정책지원을 비롯,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이정수 연세대 외래교수·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선임연구원, leejs@kiro.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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