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도 최저임금 가능하다”…‘공룡’ 우버 꺾은 뉴욕 기사들[다시, 최저임금④]

김지환 기자 2023. 5. 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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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비 데사이 뉴욕택시노조 위원장 인터뷰
‘플랫폼 최저임금’ 도입 뒤 임금 예측 가능해져
바이라비 데사이 뉴욕택시노조 위원장. 미국노총(AFL-CIO) 제공

미국 뉴욕시는 2018년 말 우버·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운전기사에 최저표준운임(Minimum Pay Standard)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플랫폼 노동자들이 수년간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도입한 도시는 미국에서 뉴욕이 처음이었다.

뉴욕시는 최저표준운임을 보장할 뿐 아니라 우버 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있지 않은 시간도 운임을 정할 때 고려하도록 했다. 택시 규제기관인 뉴욕 택시·리무진위원회(TLC)가 만든 최저표준운임 계산식을 보면 운행거리당 요금과 운행시간당 요금을 각각 유효 운행률(Utilization Rate·58%)로 나눈 뒤 이를 합산한다. 유효 운행률은 앱에 로그인해 있는 시간 중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 시간의 비율로 TLC는 이를 58%로 정했다. 배차 대기시간, 승객을 태우러 가는 시간도 운임에 반영하기 위해 유효 운행률을 분모로 뒀다.

인도 구자라트주 출신인 바이라비 데사이 뉴욕택시노조(New York Taxi Workers Alliance) 위원장은 10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간 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입을 받으면서 차량 유지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최저표준운임 보장 이후 플랫폼 노동자들은 임금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버 기사도 조합원인 뉴욕택시노조

- 뉴욕택시노조는 택시 기사뿐 아니라 우버·리프트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뉴욕 택시기사들은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면허 가격이 내려가고, 수입도 줄었다고 들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할 때 내부 갈등은 없었나.

“우리는 (뉴욕의 상징인) 노란 택시 기사, 외곽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운영되는 그린 택시 기사, 콜택시인 검은색 택시 기사뿐 아니라 우버·리프트 기사 등 모든 운전 노동자를 위한 유일한 노조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 저임금을 향한 경쟁에 함께 내몰리고 있는 동료가 아니라 회사라는 걸 알고 있다. 커지는 우버·리프트 등 플랫폼 업체에 맞서기 위한 조직화를 하지 않으면 모든 운전 노동자의 임금이 떨어진다. 우리의 접근법은 모든 노동자를 하나로 묶고, 표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 뉴욕시는 기존 택시기사 면허뿐 아니라 우버·리프트 기사 면허 숫자도 제한하고 있다.

“뉴욕에서 직업으로 운전 일을 하려면 택시·리무진위원회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2018년 우버 차량이 거리에 무제한으로 넘쳐나 운전 노동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고, 처음으로 플랫폼 업체 차량 대수를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인상)으로 운전 노동자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택시·리무진위원회는 최근 2500대를 추가로 배치하려 한다. 이에 우리는 다시 운전 노동자 생계를 위해 싸우고 있다.”

2018년 말 얻어낸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제’

- 뉴욕시 우버·리프트 기사는 최저표준운임을 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실상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어떻게 2018년 말 이런 제도가 도입될 수 있었나.

“우리는 플랫폼 차량 대수에 상한을 뒀을 뿐 아니라 최저운임 보장도 요구해왔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입을 얻으면서 차량 유지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실을 언론에 알렸다. 우리의 목표는 운수산업을 안정화해 운전 노동자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8년 9명의 운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해 우리는 6개월간 거리에서 시위를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절망하지 말고 조직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단결한 운전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 최저표준운임 계산식에 유효 운행률이 포함돼 있다.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시간뿐 아니라 대기시간, 승객을 태우러 가는 시간도 운임에 반영하기 위한 것인가.

“그렇다. 경제학자인 마이클 라이히(UC버클리)와 제임스 패럿(뉴욕 뉴스쿨)이 유효 운행률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운전 노동자가 승객을 태우고 운행을 하는 시간뿐 아니라 승객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시간까지 모두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파업 중인 우버 기사들이 지난 1월5일 우버 뉴욕지역 본부 앞에서 “드라이버 없이 우버도 없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욕택시노조 제공

- 택시·리무진위원회는 올해 운행당 최저표준운임을 지난해보다 약 9% 인상했다. 이에 따라 우버·리프트 기사는 표준운행(7.5마일, 30분 운행)을 기준으로 26.76달러를 받는다.

“플랫폼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6.76달러보다 현저히 낮다. 최저표준운임 계산식은 플랫폼 노동자가 각종 비용을 내고 나면 시간당 17달러를 버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26.76달러엔 노동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리비, 연료비 등의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우버는 수익만 챙기고 플랫폼 노동자가 모든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 최저표준운임 제도 도입 이후 플랫폼 노동자의 삶과 노동조건은 어떻게 달라졌나.

“임금이 예측가능해지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신의 힘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하지만 최저표준운임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꾸릴 수 없었기 때문에 인상을 요구했다. 그런데 우버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최저표준운임 인상을 무효로 해달라며 택시·리무진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음식과 연료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버가 소송에서 지면서 운임 인상이 이뤄졌지만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우버 사업 모델에 맞선 싸움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우버화’에 맞서는 싸움 이어갈 것”

- 뉴욕시에선 우버·리프트 기사뿐 아니라 우버이츠·도어대시 등에서 일감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 배달 노동자들은 공정한 임금 기준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싸움에 함께할 것이다.”

바이라비 데사이 뉴욕택시노조 위원장. 남아시아 여성들을 위한 단체 ‘사키’ 제공

- 한국에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 중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뉴욕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들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친사용자 노조를 만들고, 기업을 대변할 단체를 찾아내고, 옳은 것이 틀렸다고 하면서 시민들을 현혹할 것이다. 싸움이 계속될 테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업과 같은 편인 세력들도 설득해야 한다.”

- 당신은 뉴욕택시노조 위원장이지만 운전면허가 없다고 들었다. 어떻게 뉴욕택시노조 활동을 하게 됐나.

“아시아계 이민자 권리 보장을 위한 단체에서 활동할 때 남아시아 출신 택시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했다. 그때 뉴욕의 택시가 ‘움직이는 노동착취 작업장(Mobile Sweatshops)’이라는 걸 알게 됐다. 택시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길 원했고, 나는 1996년부터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지난 27년간 우리는 미국 노동법이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조직해왔다. 운전 노동자 94%가 이주노동자, 유색인종으로 이 나라에서 바닥으로 내몰린 이들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노동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택시 노동자를 조직하자 월가와 미국 민주당·공화당 정치인들의 지원을 받는 우버·리프트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우버화(Uberization)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왔다. 우리의 싸움은 운전 노동이 안정된 삶을 위한 충분조건이 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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