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노동자 AI발 실직 우려하지만, 업무 위임 원해”

리더가 생각하는 AI의 이점 설문 결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세계 31개국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실직을 우려하면서도 AI에 업무는 맡기고 싶어 한다’는 역설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회사 경영진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 AI의 협업으로 업무처리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10일 서울 종로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동향 지표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31개국 3만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MS 업무툴인 MS365, 비즈니스 플래폼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한국은 57%)는 AI 발전으로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70%(한국은 74%)는 가능한 많은 업무를 AI에 위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행정업무를 넘어 분석과 창작업무에도 AI를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리더그룹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직장에서의 AI 이점’을 묻자 관리자들은 직원 생산성 향상(31%)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업무 자동화(29%), 직원 복지 향상(26%), 고부가가치 업무를 위한 환경 조성(25%) 등으로 답했다. 이에 반해 인력 감축은 16%로 전체 답변 중 가장 낮았다.

리더그룹의 82%(한국도 동일)는 직원들이 AI 시대에 새로운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미국에서 ‘챗GPT’를 언급한 링크드인 채용공고 수는 전년 대비 79%나 늘었다. MS는 AI의 발전이 사람과 컴퓨터 간 새로운 상호작용 모델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57%, 중요한 창작업무에 43%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은 주당 8.8시간·미팅에는 주당 7.5시간을 썼는데, 이는 직장인이 커뮤니케이션에만 업무일 기준 이틀 이상을 쓰는 것과 같다.

노동자들이 쏟아지는 메일과 채팅 등의 데이터를 관리하느라 창의적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는 것은 노동자와 AI 간 동맹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MS는 설명했다.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대다수 노동자가 이미 AI가 업무에 주는 이점을 파악하고 기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AI는 업무를 돕는 부조종사로서 완전히 새로운 업무처리 방식을 가져와 직원 개인의 창의적 업무를 돕고 조직의 성공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추가 기능도 공개했다. 파워포인트에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달리’가 통합돼 사용자가 맞춤형 이미지 생성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또 아웃룩(이메일)·원노트(메모)·루프(협업툴)·비바 러닝(직원 경험 플랫폼) 등에도 코파일럿 기능이 추가된다.

MS는 선별된 기업 600곳을 상대로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제공해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어 서비스는 아직 지원하지 않으며, 정식 출시일도 미정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