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플레이션'에 '제로 시대'인데…사카린은 왜 못뜨나

류난영 기자 2023. 5. 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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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내 사카린 생산 업체 경인양행·보락 두곳뿐
韓사카린 연간 1200t만 사용…대부분 수출용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이 1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6% 상승한 127.2포인트로 집계됐으며 설탕은 전월보다 17.6% 오른 149.4p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는 2011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오른 수준이다.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설탕이 판매되고 있다. 2023.05.0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최근 주요 설탕 생산국의 이상 기후 등으로 설탕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설탕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이다.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빵·과자·아이스크림·음료 등의 연쇄 인상이 우려된다.

설탕과 비슷하게 단맛을 내는 '사카린나트륨'(사카린) 등이 설탕 대체제로 떠오를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10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탕 대체제인 사카린을 생산하는 업체는 경인양행과 보락 두 곳이 유일하다. 경인양행은 2004년 인수한 자회사 제이엠씨(JMC)를 통해 사카린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인양행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 4026억4200만원 중 사카린 등의 매출은 1118억7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27.8%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사카린 매출은 대부분 국내 내수 판매용이 아닌 수출용이다. 미국 등의 경우 코카콜라 제로 등 다이어트 음료 등에 사카린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카린 사용량은 연간 1200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여온 저가 사카린으로 주로 동물 사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제이엠씨 관계자는 "식약처가 사카린 사용 규제를 풀었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국내 식품 업체들이 사카린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사카린 매출액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보락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484억3400만원 중 사카린 등 상품 부문의 매출이 81억71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16.9%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국내 식음료 업체 등에 판매된 액수는 2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설탕 가격이 들썩일 때마다 사카린이 설탕 대체제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국내 식음료 업체 등에서 사카린 사용이 사실상 전무한 것은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가격지수는 전월(127.0포인트) 대비 17.6% 상승한 149.4포인트로 2011년 10월 이후 1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116.8포인트)와 비교해도 28% 가량 급등했다. 설탕 가격이 급등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사카린이 설탕 대체제로 부각 받기도 했다.

사카린은 식품의 가공·조리에 있어서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첨가물 이다. 1897년 독일의 화학자인 콘스탄틴 팔베르크에 의해 처음 발견된 후 100년 이상 사용돼 왔다.

설탕보다 300배 높은 단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값이 저렴해 급속히 대중화 되기 시작했다. 칼로리가 거의 없고 당도 제로(0)에 가깝다는 장점을 지녔다.

사카린은 1977년 캐나다 국립 보건방어연구소에서 진행된 쥐 실험에서 100마리 중 14마리 쥐에서 방광암이 발생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쥐에 투입된 사카린의 양은 사람의 기준으로 일일 허용 섭취량의 500배가 넘는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카린의 유해성에 대해 연구한 결과 발암 물질이 아님을 확인했다. 1998년 국제암연구소(IARC)도 사카린을 발암 물질 분류에서 제외했다. 2001년엔 미 식품의약국(FDA)가 사카린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규제를 철폐했다.

국내에서도 1960~1970년대 까지는 식품에 사카린이 많이 사용됐지만 발암 물질 논란 후 현재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빵, 과자, 음료, 김치류 등 30개 품목에 사카린 사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빵류는 ㎏당 0.17g 이하, 김치류는 ㎏당 0.2g이하, 토마토케첩 ㎏당 0.16g 이하 등으로 허용량을 제한해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무설탕 음료나 껌 등에 사카린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실제 사용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는 널리 사용해 왔지만, 사카린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대체재로 사용되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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