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버튼식 신호등 때문에" 도로 건너던 30대 트럭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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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다려도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질 않았습니다."
'버튼식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를 건너다 화물차에 부딪혀 크게 다친 30대의 가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버튼식 신호등이라는건 처음 봤는데 보통 신호등에 붙은 버튼은 장애인에게 신호를 안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쓰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신호등에 대한 안내나 고장난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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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 않는 신호등…도리없이 무단횡단하다 교통 사고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아무리 기다려도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질 않았습니다."
'버튼식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를 건너다 화물차에 부딪혀 크게 다친 30대의 가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30대는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전북 전주시를 방문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버튼식 신호등'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 보다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해 만들어진 신호등이다. 건너려는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야만 횡단보도 신호등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10일 전주의 한 병원 앞에서 만난 이은호씨(33) 가족들은 열흘 전 발생한 사고를 취재진에게 담담히 전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은호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께 전주 아중호수를 찾았다. 시내버스에서 내린 이씨는 아중호수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보행자 신호등은 바뀌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둥에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바뀝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안내판의 화살표 아래 설치된 버튼은 안쪽이 비어있는 '먹통 기계'였다. 혹시나해서 눌러봐도 신호등에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한참을 더 기다렸던 이씨는 무단횡단하는 한 노인의 모습을 보고, 횡단보도 위로 걸음을 옮겼다. 신호등이 고장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1톤 화물차 기사가 차로 이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으나 팔과 다리, 쇄골, 경추 등이 골절됐고, 뇌출혈과 치아 여러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이씨의 누나 이은영씨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동생은 스페인어 영화에 관심을 갖다가 전주영화제와 사랑에 빠졌다"며 "매년 영화제를 기다렸고 올해도 전주를 찾았는데 관광지에서 억울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버튼식 신호등이라는건 처음 봤는데 보통 신호등에 붙은 버튼은 장애인에게 신호를 안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쓰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신호등에 대한 안내나 고장난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씨가 낯선 곳에서 처음 마주한 '버튼식 신호등' 시스템에 대해 배경 지식이 없었던데다 안내까지 잘못돼 있어 신호등이 고장난 것으로 착각하게 됐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사고 현장에는 보행자 신호 버튼이 2개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눌러봤다던 고장난 버튼에서 2~3m 가량 떨어진 곳에 버튼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작동되는 버튼에는 그 용도를 안내하는 문구가 따로 적혀있지 않았다.
이씨 측은 "버튼을 눌러야만 신호등이 작동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는 사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이씨가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해당 사고와 관련한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씨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전주시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전주시는 이날 고장난 버튼을 새로 교체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버튼이 고장난 상태로 있어 박스를 새로 교체했다"며 "보행자 편의를 위해 추가로 설치된 버튼에 안내판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은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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