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연동해 통신비 결정하는 유럽…韓 투자 활성화 정책 필요

김현아 2023. 5. 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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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투자 이유로 물가지수 연동해 요금받는 유럽 통신사들
우리나라에 직접 적용 어려우나 투자 활성화 정책 나서야
통신 장비 업계 고사위기..하지만 우리 정부는 요금만 관심
SKT 1분기 설비투자 23.7% 줄어..5G 주파수 조속 할당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영국 통신사업자 O2의 요금인상 관련 홈페이지 안내문 중 일부. 매년 4월 물가지표(RPI)에 따라 요금인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O2 홈페이지

5G 가입자가 연내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5G 요금제도 다양화되고 있다. 정부가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 경제 안정화를 위해 통신요금 인하에 나선 이유에서다. 통신3사는 5G 요금제와 30%가량 저렴한 온라인 가입 요금제(다이렉트 요금제)세분화에 나섰고, 청년이나 시니어 우대 요금제 출시도 알렸다. 알뜰폰에서도 50GB에 4.3만원 5G요금제가 나오는 등 과거보다 저렴한 5G 요금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5G 요금제가 다양해지는 것과 별개로, 최근 한국의 통신 정책은 투자 활성화 측면에선 ‘실패’라는 평가다. 5G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곤 하나, 통신3사의 설비투자(CAPEX)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비업체 KMW는 지난해 영업손실 449억을 봤고, 에이스테크도 200억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중소 장비 업계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주도로 정부에 조속한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촉구하는 것도 국내 통신생태계가 망가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은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물가지수를 연동해 통신비를 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관심이다.

우리나라에 적용하긴 어렵지만,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는 요금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설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투자비 마련을 이유로 물가지수 연동해 요금받는 유럽 통신사들

10일 영국의 통신사업자인 O2, EE, 네덜란드 통신사인 KPN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5G 등 네트워크 투자비로 요금인상이 불가피함을 밝히고 2021년 4월 1일부터 요금을 인상했다.

O2와 EE는 물가지표(RPI)에 따라 매년 4월 요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이용약관에 포함했다. 이를테면 O2는 ‘RPI는 인플레이션 관련 널리 알려진 척도’라면서 ‘표준 요금제, 모바일 광대역 요금제 및 스마트워치 요금제 등 월별 요금 요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EE역시 ‘매년 2월에 발표되는 RPI(소매 가격 지수) 인플레이션율에 3.9%를 더해 인상된다. 청구서에서 이 증가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영국의 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역시 가격동향 보고서에서 ‘통신사들이 가격 인상을 발표할 때 네트워크 용량에 대한 투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더 빠르고 안정적인 모바일 및 고정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풀 파이버 및 5G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요금수준만 관심…5G 주파수 조속 할당 필요

반면, 우리나라 정책 당국은 위성통신, 6G 시대로 나가기 위한 투자 활성화 정책에는 미흡하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투자 미흡을 이유로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주파수(28㎓)할당을 취소했고, 대신 제4이동통신에게 회수된 주파수 중 일부를 주겠다고 했지만, 기존 통신사를 대신해 통신장비를 대규모로 사서 투자할 제4이통은 아직 무소식이다. 여기에, SKT도 이달 중 28㎓ 주파수 할당 취소가 예정돼 있어, 통신 장비 업계의 어려움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약속한 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주파수를 회수한다고 했지만, 다른 신규 사업자가 통신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장비 업계의 고통은 심해졌다.

여기에 SKT는 정부에 아직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28㎓ 대신 3.7㎓ 인접대역을 주면 열심히 투자하겠다고 호소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요청한지 15개월이 지났지만 할당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올해 3월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정부가 3.7㎓ 인접대역을 할당해주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28㎓)할당 취소는 투자유발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누구든(제4이통이든, 기존 통신사든) 상관없다. 빨리 5G 주파수를 할당해 달라는 의미다. 28㎓든, 3.7㎓든 할당해주면 투자가 살아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SK텔레콤의 올해 1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연결기준으로 1분기 설비투자(CAPEX)는 21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780억원)보다 23.7%나 줄었다. SKT 별도기준으로도 1분기 CAPEX는 1340억원으로 전년 동기(1970억원)에 비해 32.2% 줄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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