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물류에 6조 투자…쿠팡이 '게임 체인저'가 된 이유

정병묵 2023. 5. 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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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Q 흑자전환 후 3분기 연속 흑자 질주
가구·가전 등 비소모품, 로켓배송 효자품목으로
온·오프 유통업체 '빠른배송·멤버십' 쿠팡 따라하기
김범석 "'고객 경험 희생' 없이도 수익성 증대 가능"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쿠팡이 작년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질주하고 있다. 8년간 물류에 6조원이 넘는 투자액을 쏟아부으면서도 만성 적자에 시달렸지만 핵심 서비스 ‘로켓배송’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3분기 연속 흑자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전체 유통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구·가전 등 비소모품, 로켓배송 효자품목으로

쿠팡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6조1653억원)보다 20% 증가한 7조3990억원(58억53만달러·분기 환율 1275.58)이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규모다. 영업이익도 1362억원(1억677만달러)으로 지난해 3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래 3개 분기 연속 흑자다. 특히 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억달러를 돌파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쿠팡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한 데에는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무조건 온다’는 과제를 실현한 덕이다. 쿠팡은 호실적의 이유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상품 제공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통한 오픈마켓 제품의 로켓배송 확대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혜택을 축소하지 않고도 마진을 개선한 운영 효율화를 뽑았다.

빠른 배송의 핵심은 판매자가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만 하면 보관·포장·배송·반품 등을 모두 쿠팡이 담당하는 ‘로켓그로스’ 덕이다. 직매입 사업자처럼 상품을 익일 로켓배송으로 보낼 수 있어 판매자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익일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군이 크게 확대됐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로켓그로스를 통한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90% 늘어났다”며 “앞으로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로켓배송 선택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또 ‘와우’ 멤버십을 지구상 최고의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멤버십 혜택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마트(139480), 롯데쇼핑(023530)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익일 배송을 강화하고 신세계(004170), 마켓컬리 등은 ‘와우’ 같은 유료 멤버십 도입을 검토 중이다. 쿠팡이 펼친 각종 실험이 유통가의 하나의 법칙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김 창업자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할 당시 상품군은 주로 소모품(냉동식품·생필품 등)에 집중돼 2018년 말엔 비소모품(가전·가구 등)이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에 불과했다”며 “비소모품 카테고리 상품군을 넓히면서 오늘날엔 비소모품 로켓배송 판매량과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쿠팡의 1분기 활성 고객(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1901만명으로, 전년 동기(1811만2000명) 대비 5% 늘어나며 1900만명을 돌파했다. 1인당 고객 매출은 305달러(38만9050원)로 8% 증가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고객 경험 희생’ 없이도 수익성 증대”

특히 쿠팡의 실적이 돋보이는 이유는 고객 경험을 희생하지 않고 수익성 개선 노력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에 쿠팡은 2억4091만달러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이익을, 마진율은 4.2%를 기록했다. 전년(마이너스 1.8%)에 역성장을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김 창업자는 “상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고객 경험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도 마진 개선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로켓프레시(11달러·1만5000원 이상 무료 새벽배송) 서비스에 대해 김 창업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온라인 식료품 무료 배송 프로그램”이라면서 “일부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아마존)가 무료 배송 프로그램을 철회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무료 배송 기준을 150달러로 높였지만 쿠팡은 달러 기준 11달러 이상이면 무료 배송을 제공하면서 수익성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대만에 진출한 로켓배송·로켓직구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조짐이다. 쿠팡은 주문 금액 690타이완달러(한화 약 3만1200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 직구 서비스를, 현지 로켓배송은 한국과 유사한 형태로 490타이완달러(한화 약 2만2000원) 이상이면 익일 무료 배송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한국에서 로켓배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 봤던 변화의 조짐이 대만에서 보이고 있다”면서 “대만 사업은 초기 단계지만 현재로는 가능성이 보여 기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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