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도살인범들 항소심서도 권총 격발 놓고 공방

김도현 기자 2023. 5. 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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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승만과 이정학, 서로 쐈다며 상반된 주장
재판부, 직권 피고인 신문 고려…이정학에 선고된 형량도 살필 예정

대전고등법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22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으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 항소심에서도 권총 격발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10일 오후 2시 40분 316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심리했다.

이날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범행 수법 및 결과, 잔혹성 등을 살폈을 때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승만 측 변호인은 “1심에서 피해자를 권총으로 격발해 살해한 부분에 사실 오인이 있다”라며 “실제로 총을 격발하지 않았고 이 판단이 1심 형량에 영향을 미쳐 형량이 너무 무겁다”라고 주장했다.

이정학 측 변호인 역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으나, 이정학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20년이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 이상 선처를 바라거나 형량이 깎인다는 생각하지 않아 항소를 포기하겠다”라며 “계속해서 이승만이 자신은 총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해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었고 검찰에서 먼저 항소하고 주변의 얘기를 들어 항소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승만 측 변호인은 “현재 전북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백경사 피살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이승만이 총을 발사했다는 물적 증거가 없으며 간접 정황이나 정황 증거만 있는 상황”이라며 “이정학을 증인으로 신청해 원심에서 이뤄지지 않은 부분과 백경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단독 범행 등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이정학에 대한 증인신문이 충분히 이뤄졌다 판단했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피고인신문을 신청해 진행하거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피고인 신문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도살인죄의 경우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임에도 1심 재판부가 이정학에 대해 법정형에 없는 유기징역을 선고해 이 부분을 재판부가 직권으로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21일 오후 2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1일 오전 9시 대전 동부경찰서 정문에서 21년 만에 검거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이승만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9.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소재의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은행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을 노려 권총으로 협박,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정학은 현금 가방을 챙겨 차량에 실었고 이승만은 은행 출납 과장 A씨에게 38구경 권총을 발사했으며 그 결과 A씨가 숨졌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구하기 위해 범행 약 2달 전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에서 혼자 순찰하던 경찰관을 훔친 차량으로 들이받은 뒤 권총을 탈취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진술, 이정학이 범죄 전력 등으로 병역을 마치지 않아 총기에 대한 지식이 없었지만 이승만은 수색대대에서 군 복무를 마쳐 총기 사용에 익숙하며 실탄 사격 경험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승만이 총을 쐈다고 봤다.

1심 재판을 심리한 나상훈 판사는 “범인이 양손으로 권총을 감싸며 피해자를 겨눴다는 목격자 진술과 범인이 발사한 탄환이 피해자 몸통 옆 부분과 허벅지 등을 관통한 점을 고려했을 때 범인은 권총의 정확한 파지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확한 조준을 위해서는 상당한 사용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승만은 1심 선고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2월 13일 전북경찰청에 “전주 백선기 경사 살해 사건 범인이 이정학이며 사라진 총기 위치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정학은 자신이 아닌 이승만이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만은 울산의 한 숙박업소에 있는 화장실 천장에 권총을 숨겼다고 진술했고 수색한 결과 실제로 화장실 바로 인근 천장에서 38구경이 발견됐다. 이 권총은 지난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금암2파출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백선기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과 총기 번호가 같았다.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21일 오전 9시 대전 둔산경찰서 정문에서 21년 만에 검거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정학이 고개를 숙인 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9.02. 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kdh191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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