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 14건 조작한 경찰, 황당 이유 "편하게 일하려고"

교통사고 인적피해, 단순한 물적피해로 조작

출처=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교통사고 수사 기록을 10여차례 조작한 혐의로 적발된 경찰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귀포경찰서 교통조사팀에서 근무하던 30대 A경장은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1개월 동안 14건의 '인적피해' 교통사고를 단순 '물적피해' 사고로 조작했다.

'사람 다친 사고' 업무 복잡해.. 물적피해로 종결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해야 하지만, A경장은 물적 피해만 있는 것으로 수사보고서를 조작했다.

지난 2020년 5월 2일 오후 2시 40분쯤 서귀포시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담당하게 되자,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23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단순히 물적 피해만 있는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후, 그 사건을 종결했다.

A경장은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한 인적피해 사건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복잡하고 많은 반면, 단순 물적피해 사건은 교통경찰업무 관리시스템에 전산정보를 입력한 다음 결재만 받으면 종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진단서 제출 받고도 무시.. 무보험 차사고도 은폐

A경장은 피해자로부터 진단서를 제출받지 않거나 진단서가 제출됐음에도 객관적 근거 없이 물적 피해만 발생한 것으로 처리했다.

피의자가 무보험이거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사례도 3건이나 있었다. 피의자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 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위반한 사례에 해당해 정식 수사가 이뤄져야 했음에도 이를 은폐했던 것이다.

경찰 내부 감찰 결과 A 경장의 수사 조작은 '손쉬운 업무 처리를 위해서였다'는 게 이유였다. 대가를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A경장은 내부 감찰 과정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보험처리가 됐고 다친 곳이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종용하기도 했다.

"경찰 의무 저버렸다".. 항소심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법원은 허위 공문서 작성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A 경장에 대해 "경찰공무원의 의무를 저버려 강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경장은 양형이 무겁다고 항소했으나 2심 법원은 기각했고, A 경장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A경장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연 퇴직하도록 한 경찰공무원법 제27조에 따라 불명예 퇴직된다.

제주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기별로 하던 교통사고 부서 점검을 매달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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