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거래소, 증권사 거래창구 거래정보 효용성 검토

김사무엘 기자 2023. 5. 10. 15: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일 삼성전자의 거래원별 수급 정보.

한국거래소가 증권사 거래창구 정보 공개의 효용성을 검토한다. 종목별로 어떤 증권사 창구에서 매수·매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지 알 수 있는 정보인데 해외 기관에서 과도한 정보 공개라며 불만을 제기한 탓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정보의 효용성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정보 제공 방안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이 추진된다. 거래소는 거래원 상위 5개사의 정보와 프로그램 매매 정보가 투자지표로서 얼마나 효용성이 있고 실제 매매거래에도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점검한다.

거래원 정보란 증권사 창구별로 각 종목의 매수·매도 체결량을 보여주는 자료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매매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는 이를 위탁받아 거래소에 주문을 넣고 매매를 실행한다. 투자자가 어떤 증권사 창구를 통해 종목을 매매했는지를 거래원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다.

거래원 정보를 보면 수급의 주체가 누군지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 창구에서 매수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개인 수급이 유입됐다는 의미다. 법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주문은 기관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주의깊게 보는 게 외국계 증권사 창구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주문이 많으면 통상 외국인의 수급으로 추정한다. 공매도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70~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 주문이 많이 나오면 공매도도 그만큼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그램 매매 정보를 통해서는 수급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프로그램 매매란 기관 투자자가 일정한 전산 프로그램에 따라 대량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 거래와 비차익 거래가 있다. 차익 거래는 선·현물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비싼 상품을 팔고 싼 상품을 사들이도록 하는 매매 기법이다. 예를들어 삼성전자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비싸다면 프로그램은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한다. 삼성전자에 들어온 매수세 중 차익 거래 비중이 높다면 이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기대한 매수세라기보다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비차익 거래는 수십개 종목을 한 번에 대량으로 매매하는 것으로 통상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성격이 강하다. 프로그램 비차익 거래로 매수세가 많이 들어왔다면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본다.

거래원과 프로그램 매매를 보면 어떤 세력이 어떤 투자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대략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중에서는 이 정보들을 보고 매매 전략을 짜거나 추종매매를 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특정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수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면 해당 증권사와 주로 거래하는 헤지펀드가 대략 어떤 포지션인지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등 해외 기관에서는 과도한 정보 제공 아니냐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정 종목에서 자신들의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거래소가 증시 관련 모든 데이터를 갖고 개인투자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해외는 다르다. 미국 등 선진국 증시는 주가 같은 기본적인 정보 외에 대부분의 증시 관련 데이터가 유료다. 개인투자자 보다는 주로 기관들이 수급 관련 데이터를 챙겨본다.

거래원 정보가 때로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경우도 있다. CFD(차액결제거래)가 대표적이다. CFD는 실제 주식은 해외 기관이 소유하면서 시세차익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얻는 장외파생상품이다. 개인이 CFD 계좌로 거래하면 투자한 사람은 내국인이지만 거래 창구는 외국계 증권사로 잡힌다.

이항영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는 "거래원이나 프로그램 매매 같은 상세 정보까지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곳은 한국 증시 말곤 거의 없다"며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투자에 노이즈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거래원 정보와 프로그램 매매 정보가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지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해당 정보를 보고 추종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의 수익성도 점검한다. 해외 주요 증시는 어떤식으로 증시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는지도 살펴본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정보 제공 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지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실제 정보 제공 방식의 변경으로 이어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제공해오던 정보를 제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원 등 데이터를 제한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저항이 상당할 것"이라며 "거래소도 실제 정보 제공 방식을 바꾸려는 것보다는 현황을 살피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