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임신과 출산의 '트라우마' 예방이 시작[NOON]

[눈] 김재두 PD 2023. 5. 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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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저널리즘 [눈] NOON, 세계 주요 캠페인 소개
출산 트라우마 임신부 1/3이 정신적, 신체적 외상을 경험
임신스트레스, 산후우울증이 아닌 '출산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 필요
영국에서 2018년 시작된 임신과 출산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makebirthbetter 캠페인 홈페이지 배너. makebirthbetter.org 캡처

2023년 4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2월 출생아 수는 1만 9939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3.7% 감소 했습니다. 지난 해 0.78명까지 떨어진 합계 출산율이 올해 더 하락할 수 있는 위기 상황입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도 우리는 아직도 산모와 아이를 숫자로만 바라보며 끊임없이 '역대 최저' 혹은 '미래가 없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만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 모두가 그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임신, 출산 트라우마 : 기대와 현실

트라우마(Trauma)라고 하면 보통 전쟁, 재해, 폭력, 학대, 상실 등의 큰 사고나 사건으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생명의 탄생인 임신과 출산의 긴 과정은 일부 여성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줄 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신비로운 탄생 그 순간에만 초점이 맞춰져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경시하는 경향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실제 출산 여성 중 1/3에 해당하는 여성이 다양한 형태로 트라우마를 경험합니다.

캠페인 저널리즘 [눈]에서는 기존 언론과 학계의 분석과 대안보다는 조금 더 다른 관점에서 저출산을 바라보고자 해외의 좋은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It's not easy to hear. But we need to say it. 
Birth can be distressing sometimes. So much so, it's traumatising"
Dr. Rebecca Moore, Co-founder

"듣기 쉬운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출산은 때때로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그 정도가 심해지면 정신적 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레베카 무어. make birth better 창립자

▶ Birth and Trauma(출산과 트라우마)
▷ 신체적 영향 : A Force Bigger Than Me
 : 여성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통과 신체적 부상 등 고된 출산에 정신적 충격을 받습니다.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나약함이나 부족함으로 인해) 출산 후유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아기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 출산 전문가의 영향 : Heroes and Villains
 : 산모들은 자신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의료진이나 병원에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만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출산에 대한 더 균형 잡힌 내용이 임신과 출산 전에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 부모가 된다는 정신적 압박 : Delivery into Parenthood
: 어려운 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은 출산 이후 자녀와의 관계에 영향을 갖게 됩니다. 고통스러운 출산 경험은 아이와의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후속 임신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자녀를 갖지 않기로 선택합니다.

▷ 트라우마에 대한 비밀주의 문화의 영향 : I Had No Idea
 : 임신과 출산 기간 동안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없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느끼게 되는 비밀주의 문화로부터 압박을 받습니다. 출산은 오로지 본인만이 감당해야 하는 무의식적 암박감이라고 느끼는 비밀주의는 트라우마를 발생하게 됩니다.

▷ (전문가) 대리인의 트라우마 : Vicarious Trauma
: 트라우마는 임산부 뿐만이 아닌 전문 의료인에게도 해당됩니다. 출산 관리는 매우 보람있는 일이지만 엄청난 도전과 신체적인 과로가 동반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신생아 간호사가 번아웃을 경험합니다.



지난 2020년 시작되어 3년째를 맞이한 makebirthbetter의 '지금 트라우마를 생각하라' 캠페인 배너. makebirthbetter.org제공
영국에서는 매년 22만 5천의 가정이 Birth Trauma(출산 트라우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출산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부모가 되기를 거부하며, 그들을 케어하는 산부인과 관련 전문가들의 66%가 이직을 고려할 정도로 트라우마 증상을 경험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시작된 'Make Birth Better' 캠페인은 출산을 앞두었거나 출산한 부모, 출산 전문가 모두를 지원하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여 출산 트라우마로 받는 고통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출산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출산 트라우마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공소통연구소 박주범 박사는 "캠페인에 따르면, 여성의 73%가 출산 경험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도, 출생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자신이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출산 트라우마를 지원하는 도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모와 전문가 모두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시스템에 속해 있다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출산 트라우마를 인식, 이해 해야 하며 이를 통해 'Make Birth Better'는 출산이 모든 사람이 공평하고 존엄한 보살핌을 받는 협력적인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Make Birth Better Model(Emma svanberg). 유튜브 캡처


잘못된 의사소통 역시 산모들의 트라우마에 영향을 끼칩니다. 영국의 출산외상협회(BTA)의 설문조사(2020)에 따르면, 출산 트라우마 중 10건 중 9건이 의사소통의 문제였습니다.

'그냥 약 먹여서 대기실로 보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힘 줘봐요'
'소란 피우지 마세요'
'애 건강하면 됐잖아요'

임신과 출산 중에 들었던 말 중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말을 들을 때 수치심과 자책감을 느꼈음을 임산부들이 고백했습니다.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언어는 어쩌면 혼자서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산모에게 좋은 출산 경험을 갖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Make Birth Better 캠페인은 산모와 출산 경험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말이 주는 영향의 크기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을 이야기 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출산 과정, 본인 몸에 대한 불가능 한 통제에서 오는 최악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출산 후의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출산 전문가와의 끊임없는 소통과 지원을 통해 존중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2018년 시작된 해당 캠페인으로 점점 많은 부모와 관계자들이 출산 트라우마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지만 그들이 고통을 토로하고, 확인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그들은 밝혔습니다.

2022년 출생아 중 첫째아 비중. 그래픽=안나경 기자

0.78 그리고 대한민국

0.78이라는 숫자는 이미 수많은 보도를 통해서 언급되었습니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국가 주도의 저출산 대응에 지난 17년간 300조가 넘는 예산을 말 그대로 쏟아부었지만 곤두박질치는 합계출산율은 붙잡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위 최근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중 첫째아 비중이 15만 6천 명으로 전체 출생아(24만 9천 명) 중 62.7%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둘째아 출생은 7만 6천명으로 전년 대비 16.7% 감소했으며 셋째아 이상은 20.9% 감소했습니다. 이같은 통계의 의미는 아이를 하나만 낳아 기르는 가구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 후속출산을 포기한 한 자녀 어머니들의 임신, 출산 및 양육경험에 대한 질적 분석(진경선 2020)
많은 부부들이 출산 경험으로 더 이상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고, 심지어 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후속 임신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은 분만 도중 분만 전에 알아야 할 정보를 전달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여성들은 어려운 감정을 혼자 처리하면서 고립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합니다. 이런 심리적 영향으로 불안감이 급증하고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하게 되는 악순환에 놓입니다.

여성들이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사전에 충분히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산부인과 의료진 등 출산에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기반으로 출산 주체로서 본인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트라우마가 아닌 생명의 아름다운 탄생인 임신과 출산을 소중한 기쁨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홈페이지 메인화면. 아이사랑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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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스트레스'가 아니라 출산 '트라우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임산부가 느끼는 모든 불편한 감정에 대해서 단순히 임신 스트레스 혹은 산후 우울증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나 100명의 산모에게는 100가지의 각기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현저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때문에 임산부는 물론 가족과 구성원, 출산 관계자 모두가 출산과 임신에 대해 더 정확히 알아야 스트레스와 산후우울증은 물론 관련된 트라우마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에 대한 지원 정책 역시 대부분의 시, 도 차원에서의 진료비 지원, 건강검진, 용품 지원, 교통비 지원에 머물러 있으며, 심리 상담은 미성년, 난임자 대상으로 진행되는 지원에 그칩니다.

자녀 1명에 얼마, 3명에 얼마 등의 경제적 지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 전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경험도 고려하고 그에 맞춰 지원돼야 합니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이전에 아이들의 부모, 임산부가 다른 어떤 걱정도 없이 기쁘게 출산할 수 있는 나라가 먼저 아닐까요?

혹시, 임신과 출산에 관한 트라우마 혹은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제공하는 임신육아 종합포털 '아이사랑'에서 관련된 모든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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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김재두 PD grrr@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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