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암환자 통증 조절, 앱으로 치매 선별…최신 바이오 기술 선봬
로봇, 모바일 앱 이용한 디지털 치료기기 선보여
신약 후보물질 임상 현황 공개… CDMO 사업 홍보 활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이 한데 모여 자사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R&D) 성과를 뽐냈다.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사의 최신 바이오 의약품 연구 현황을 공개했다. 한미약품·대웅제약은 의약품 생산 공장을 선보이며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에 힘썼다. 소아암 환자의 통증을 관리하는 로봇과 치매 위험 환자 선별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3' 행사가 개최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올해로 18회째를 맞았다. 51개국 729개 기업이 참여해 사흘간 2만2000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행사 전시관에는 전통 제약사부터 중소형 바이오 기업, 상급종합병원, 임상시험 수탁기관 등 338개 기업의 451개 부스가 참여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아암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용 로봇을 공개했다. '리쿠'라 불리는 이 로봇은 연구중심병원 사업 일환으로 삼성서울병원과 토룩(TOROOC)이라는 국내 스타트업이 함께 개발했다. 리쿠는 디지털 치료제의 일종이다. 리쿠가 언어 표현이 어려운 소아와 소통하며 환자의 통증을 평가하고 이를 비약물적으로 조절한다.
심리 상담사가 원격으로 리쿠를 조종해 소아암 환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리쿠는 눈웃음을 짓거나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아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챗봇 기능도 탑재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천식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도 사용할 수 있게 확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이모코그는 치매 환자 선별을 위한 앱을 소개했다. '코그스크린'은 치매 조기 선별 앱이다. 간단한 단어와 도형을 이용해 10분간 사용자의 인지 능력을 테스트한다. 의료기기가 아니라서 치매 진단을 내릴 순 없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라고 안내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기자가 시연해 본 결과 뇌 건강 수준이 '주의'로 판별됐다.
이모코그는 '코그노시스'라는 치매 진단 도구와 디지털 치료기기인 '코그테라'도 개발 중이다. 코그테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확증 임상을 승인받아 이를 진행 중이다.
플라스바이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이오코리아에 참석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동물실험 자동화 장비를 생산한다. 기존 동물실험 장비보다 훨씬 빠르면서도 정확도는 100%에 가까워 실험 인력의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인공지능 로봇이 실험동물에 주사, 인건비 61% 절감") 올해 전시에서는 AI 수준을 높이고, 더 다양한 동물에서 실험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였다.
자사의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 현황과 CDMO 경쟁력을 소개한 회사도 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 의약품인 항체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여럿 소개했다.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32367'은 HER2와 4-1BB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신약이다. HER2 저발현 환자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 유방암 신약 '엔허투'를 모티브로 삼아 개발 중이다. 부스 관계자는 "임상 1/2/3/상을 병렬로 진행하는 컨셉으로 개발 중"이라며 "현재 환자에게 투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이외에도 비만 신약 후보물질 'YH34160'과 지아이이노베이션과 공동 개발 중인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도 전시했다.
이중항체 개발 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산적한 과제를 넘고 올해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부스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부스에는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ABL301'을 비롯해 10가지 파이프라인을 전시했다. 특히 올해 주목되는 파이프라인은 CLDN18.2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ABL111'이라고 밝혔다. 부스 관계자는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파트너사 아이맵(I-MAB)이 임상 데이터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CDMO 사업을 홍보하는 부스를 차렸다. 한미약품은 올해 바이오 코리아에 처음 참가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부스에서 평택 바이오 플랜트를 소개하는 등 자사의 CDMO 경쟁력을 전시했다. 한미약품 부스 관계자는 "앞으로 CDMO 사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고자 올해 전시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도 용인 바이오센터(세포치료센터)를 내세워 줄기세포 CDMO 사업을 홍보했다. 1년에 최대 3~4건 수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규모라며 앞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으로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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