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아파트 '원가' 계산법이 있다고요?
가구당 공사비 등 계산법 공유하기도
진짜 원가는 안갯속…"일부는 공개해야"
'공사비 증액할게요'
최근 아파트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가구 분담금, 분양가도 인상되기 때문에 불만이 높을 수밖에요. 가뜩이나 집값 하락세라 가격에 더 민감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시공사 입장에선 인상된 자재비, 인건비 등을 반영하자니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그렇다고 확 와닿진 않습니다. 공사비 등 분양 원가가 비밀이니까요!
시장에선 아파트 원가 대비 분양가 또는 품질 수준이 적정한지 가늠해보기 위해 임의로 원가 계산법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하는데요. 얼마나 신뢰성 있는 데이터가 나올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가격 적당한가요?'...계산법 공유하기도
'억' 소리 나는 분양가를 보면 대체 얼마나 고급 마감재를 쓴 건지, 주택사업자는 마진을 얼마나 남기는지 등이 궁금할 법 한데요.
아쉽게도 분양가는 시공사 등 주택사업자의 '영업 비밀'인 만큼 공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경우 일부 항목을 공개하게끔 돼 있지만 그 외 주택은 대부분 공개 의무도 없고요.
그러자 시장에선 임의로 아파트 원가를 계산해 공사비나 분양가가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아파트 원가 항목별로 이미 공개된 수치를 최대한 활용해 단순 계산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아파트 원가는 크게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로 구성되는데요. 토지비는 평당 땅값에 세대당 대지지분을 곱해서 구하고요. 건축비는 전체 연면적에 평당 건축비를 곱해서 구합니다. 이때는 매년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이용하고요.
가산비는 토지비와 공사비를 제외한 기타 모든 비용을 말하는데요. 통상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에 약 20% 내외로 추산하는거죠. 이들 비용을 모두 더해 세대 원가로 보는 건데요.
이보다 더 단순한 계산법도 있습니다. 아파트의 총 공사비를 총 가구수로 나눠 세대당 공사비를 산출한 뒤 줄세우기를 해서 단지별로 비교하는 방법인데요. 평당 공사비보다 총 공사비가 커뮤니티시설, 단지 조경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보고 고급화 수준 등을 따지기는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본거죠.
가령 올해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경우 총 공사비가 1조1389억원, 총 3375가구로 세대당 공사비는 3억3745만원으로 단순 계산되는데요. 일대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있다면 이를 기준 삼아 고급화 수준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그야말로 추산일뿐 오차가 큽니다. 단지의 입지, 공사 현황 등에 따라 비용이 상당히 달라지거든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현장마다 암반, 경사지 등 조건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원가를 추정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공사비도 표준형건축비만 나와있지 기초공사비는 안 나와있고 토지가격에 따라 차이도 많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지지분이 많다고 해도 용적률이 낮으면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이자비가 추가로 붙는 등 단지별 추진 현황에 따라서도 비용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임의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진짜 원가'는 언제쯤?
그렇다면 시장에선 왜 정확하지도 않은 계산법을 공유하며 '원가 알기'에 나섰을까요?
이전에도 아파트 원가 공개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는데요. 최근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비, 분양가가 오르자 수요자들이 가격에 더 민감해진 탓으로 풀이됩니다. 하물며 치킨값이 올라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집값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 월별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2월 106.3에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해 올해 3월 93.5까지 떨어졌는데요. 반면 시멘트, 레미콘 등 자재비가 대체로 오르면서 분양가는 갈수록 오르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4월 분양한 청약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1평)당 1699만원으로 전년 동기(1521만원) 대비 11.7% 상승했습니다. 이에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하면서 입주가 미뤄지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입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10월 재착공했죠.
올해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써밋'도 최근 시공사가 67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고요. 강남구 '청담르엘'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공사비 1404억원을 증액했으나 올해 1182억원의 추가 증액을 요청한 상태죠.
조합 입장에선 공사비를 수백억~수천억원대 올려주면서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니 초조할만 한데요. 더군다나 '적정 금액'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비용을 크게 들여 아파트를 지었는데 막상 입주해보니 '고급 아파트 맞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단지도 종종 있고요.
여러모로 원가 공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만사 해법'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건설사들의 영업비밀이 공개되면 분양 적극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요. 단지별로 분양가 책정이 천차만별일수밖에 없는데 가격으로만 줄세우기가 돼버리면 오히려 갈등을 자아낼 수도 있거든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별로 상황도 너무 다르고 시기에 따라 자재 수급 등의 영향도 제각각이라 분양 원가를 공개해도 그걸로 기준 삼아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업에 따라 손해를 보고 시공하는 단지가 있는가하면 마진을 많이 남기는 곳도 있는데, 원가를 공개하면 단순히 수치만 보고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엉터리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인 만큼 기준을 삼을 만한 '일부 공개'는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물론 원가 항목을 전부 공개하는건 어렵겠지만 부분적으로 공사하면 수요자들에게 비용의 당위성을 이해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건설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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