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수구에 몰입 ‘오희지, 4년 전의 약속’

문영규 2023. 5. 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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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1승이 아니라 단 한 골로도 큰 감동을 준 선수들이 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 나갔던 여자 수구 대표팀의 이야기다.

2021년 말 대한체육회의 공식 대표팀은 아니었지만, 대한수영연맹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여자 수구 대표팀을 선발했다.

현재 대표팀 멤버 중 4년 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나갔던 선수는 오희지와 김예진 두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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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광주 세계수영 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첫 골을 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1승이 아니라 단 한 골로도 큰 감동을 준 선수들이 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 나갔던 여자 수구 대표팀의 이야기다.

당시 우리나라에 여자 수구팀은 없었기에 경영 선수들을 모아 만든 급조된 팀이었다. 대회 준비 기간은 두 달 남 짓이었다. 결국, 첫 경기에서 헝가리에 0대 64로 크게 졌다.

하지만 2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목표였던 첫 골을 달성했다.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대회에서 총 6골을 넣으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나름의 성과는 거뒀지만, 세계선수권을 위한 일회성 팀이었기에 대회가 끝나고 곧바로 해체됐다.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고도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오희지는 크게 아쉬워했다.

오희지는 4년 전 KBS와의 인터뷰에서 "수구 클럽팀이라도 만들어서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뛰고 싶다. 그런 기대와 그런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4년 만에 다시 대표팀 골리로 활약 중인 오희지


■재탄생한 여자 수구팀…약속 위해 '직장도 그만둔 오희지'

기약이 없는 이별 같았지만,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여자 수구 대표팀이 새롭게 꾸려진 것이다. 2021년 말 대한체육회의 공식 대표팀은 아니었지만, 대한수영연맹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여자 수구 대표팀을 선발했다.

불행히도 당시 오희지는 다리를 다쳐 선발전에 나설 수 없었다. 또 한 번 아쉬움을 삼켰지만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생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며 올해 다시 대표팀을 선발한 것이다.

놓칠 수 없는 기회였지만, 걸림돌도 있었다. 오희지는 수영장 시설을 관리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고 대표팀에 참가하기 위해선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오희지는 "사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했다. 직장은 정년이 보장되면서 쭉 갈 수 있는 곳이었고, 여기는 이제 일 년 뒤를 알 수 없는 곳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오희지의 선택은 도전이었다. 오희지는 "2019년에 제가 이야기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인생에서 한 번 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이게 마지막 도전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4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서 만난 오희지(左), 김예진(右)


■4년 전 큰 무대 경험한 오희지·김예진, 이제 목표는 1승

현재 대표팀 멤버 중 4년 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나갔던 선수는 오희지와 김예진 두 명이다. 단둘뿐이지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예진은 "사실 언니를 대표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예상을 못 했고 수구팀이 다시 생길 줄도 몰랐다. 4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매일 보는 사이처럼 편하게 인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에서 목표는 한 골이었지만, 이제 항저우에선 1승이 목표다. 김예진은 "4년 전보다 오래 준비를 해서 수구 실력도 많이 좋아졌다. 당시에는 골을 못 넣었지만, 이번에는 멋진 골을 많이 넣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만약 1승을 거둔다면 여자 수구 대표팀의 입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대한수영연맹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여자 수구 대표팀은 훈련 수당 등 모든 부분에서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는 정식 대표팀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오희지는 "1승을 하게 되면 연맹 자체 대표팀이 아니라 남자 수구처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대표팀이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오희지는 만 27살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미래가 불투명한 여자 수구를 택했다. 여자 수구는 실업팀도 없으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계속 대표팀으로 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어찌 보면 무모하고 결말이 보이는 도전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도전에 박수를 쳐주길 바란다.

문영규 기자 (youngq@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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