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대통령제 개헌 시동…“더는 미룰 수 없는 조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 작업에 착수했다. 과도한 권력 분산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이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야당과 개헌 관련 대화를 시작했다. 멜로니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모든 제안과 비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시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조치를 승인하려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은 멜로니 총리의 지난해 총선 공약이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멜로니 총리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의회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내각의 평균 수명은 1~2년으로 영국과 독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멜로니 내각은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후 벌써 68번째 내각이다.
파시스트 통치를 경험한 이탈리아는 1948년 헌법을 통해 베니토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무수히 많은 견제와 균형 장치를 도입했다. 상원과 하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고 총리의 권한도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와 비교해 크게 약하다. 또 정당 수가 많아 이념과 지향이 다른 정당 간 연정이 잦은데, 내부 갈등으로 연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같은 정치적 난맥상은 이탈리아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과 개혁의 좌초로 이어졌다.
야당인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멜로니 총리의 개헌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총리를 지낸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 대표는 “공동의 입장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야당과의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성운동 대표에게 “최대한 합의를 확보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합의가 없다고 해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헌을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은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3분의 2에는 못 미친다. 이럴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 마테오 렌치 당시 총리가 추진한 개헌이다. 렌치는 상원의원 숫자를 줄이고 중앙 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했으나 국민투표에서 찬성 40.5%, 반대 59.5%로 부결된 뒤 총리직을 사퇴했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수많은 견해들이 대립하면서 길을 잃었다면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은 희미하다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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