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한일미래기금 합의…"韓4대그룹 日피고기업, 다 열려 있어"
김병준 "한일 경협 지지 여부 이전에 산업경쟁력 높아진다면 뭐든 해야"
(도쿄=뉴스1) 이형진 기자 =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게이단렌은 10일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 운영위원회 구성과 공동사업방향을 합의했다.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LG)과 일본의 강제징용 피고기업의 이름이 모두 없었지만, 양측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답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항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이날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다음은 김 직무대행과 도쿠라 회장의 기자회견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산업협력 강화에 5가지(경제안전보장 환경 정비·국제질서 유지 강화·녹색전환·산업 국제경쟁력 강화·전염병 대응 등) 항목을 뒀는데 주력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도쿠라 회장) 5번까지 모두 당연한 얘기다.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은 양국은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다. 경제 안보도 중요하다.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에서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고, 일본은 소부장 분야에서 세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 강화는 큰 의미가 있다. ▶(김 직무대행) 일반적인 얘기긴 하지만 중요한 항목들이다. 반도체 등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에 중요한 축을 이룰 수 있다. 양국은 모두 자원이 풍족하지 못한데, 이차전지 등 희귀광물 확보는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양국이 협력해 이런 것들을 공동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협력 내용 중에 녹색 전환 등은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등도 이해관계가 큰데, 참여 여부는. ▶(도쿠라 회장) 지난 3월에 밝힌 미래 기금 내용은 일본은 1억엔, 한국은 10억원을 출연한 다음에 사업에 따라 증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작게 낳아서 크게 기운다고 말씀드렸다. 많은 기업들을 모집하고 싶다. 다만 구체적인 주제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게) 요청하게 되는데, 미쓰비시나 일본제철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거나 배제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없다. 사업에 동참할지 여부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일본과 한국 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는 회사는 많다. 뭔가를 협조하고 싶다고 밝힌 기업은 있으나 고유명사를 밝히는 것은 삼가겠다. 협력 사업이나 실시하는 사업에 따라 참여해 나갈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 보도를 보면 한국이 전체적으로 환영의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한일 파트너십 기금을 구체화하는 것이 한국의 여론에 어떤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하는지. ▶(김 직무대행)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찾고,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에 여전히 곳곳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느끼긴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두분의 사고 방법이 국민들의 인식을 상당 부분 바꾸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조간에서도 국민의 70% 이상이 한미일 동맹체계 강화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보도를 봤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몇퍼센트가 됐든 상승한 것도 우호적인 성과가 있다고 본다.
얼마나 지지하고 얼마나 반대하기 이전에, 경제계에서는 한일 협력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보호무역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데, 이러한 대응을 위해선 한일이 서로 파트너십을 형성해 같이 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매일같이 일본에 오더라도 일한관계를 발전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전경련을 탈퇴한 상태인 4대 그룹도 이번 계획에 참여하는지. ▶(김 직무대행) 전경련의 산업 협력 문제는 전경련 회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전 산업체, 전 경제계와 관련한 문제라고 본다. 그런 만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어떤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양국이 산업적, 경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일이라면 4대 그룹도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전경련이 주도해 재계 회의를 열었는데, 4대 그룹이 참여했다. 대한민국 전체 경제, 국가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문은 닫혀 있지 않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보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참여는 생각 안 할 수 없다. 참석 여부를 말해 줄 수는 없나. ▶(도쿠라 회장) 답변이 되풀이되어서 죄송하다. 2개 회사가 들어갈지 여부는 사업 주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개별 회사 사정도 있을 것이다. 저는 자유를 존중하고 싶다. 다만 서둘러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김 직무대행) 이번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은 그야말로 미래지향적인 기금이다. 한국쪽에서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이 기여하지 않는지 계속 묻는데, 미래를 향한 기금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자꾸 할수록 기금의 의미가 줄어든다. 한일 정상이 이야기하신 또 다른 기금과 재단이 설립되어서 운영된다. 우리(전경련·게이단렌)가 만드는 기금은 미래적인 의미를 많이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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