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기대·우려 교차

외교부 "'검증'에 가까운 활동" 자신… 日 "안전성 평가·확인 아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 저장 탱크.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양국 정부가 지난 7일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관련해 우리 전문가 시찰단을 일본 현지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시찰단의 성격과 활동 내용 등을 두고 한일 당국이 '인식차'를 보이고 있단 지적이 제기되면서 시찰단 파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정부의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시찰단 파견에 대해 "(현지에서) 실제 '검증'에 가까운 활동을 할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에 추가적으로 자료를 요구하든, 설명을 요구하든, 협의를 하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우리 시찰단은 오는 23~24일 이틀 간 일본에 파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시설을 둘러보는 것 외엔 사실상 추가적인 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정부 당국자들은 사찰단이 순수하게 일본에서 활동하는 기간만 23~24일 이틀로 잡고 '22일 출국, 25일 입국' 등으로 최소 3박4일 파견으로 일본 측과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조만간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를 통해 시찰단 파견 규모와 세부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찰단 구성 및 향후 세부 운영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대응을 총괄해온 국무조정실 주도 범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담당한다.

정부는 이번 시찰단 파견을 통해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진행 중인 관련 조사와 별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을 과학적·기술적으로 평가·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장기(왼쪽)와 태극기. ⓒ AFP=뉴스1

그러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산업상은 같은 날 회견에서 "(한국 시찰단은)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한국 측 이해를 심화하기 위한 대응"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로부턴 일본 측이 우리 시찰단의 관련 정보 제공 등 요구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찰단 파견에 앞서 한일 양국 간 협의과정에서 "우리 측이 필요로 하는 자료나 정보 공개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기 있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이 그냥 떠다주는 깨끗한 물이 아니라 10년이 넘은 (물탱크 속) 찌꺼기나 원전 주변 해에 서식하는 해조류·어패류, 오염토 등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시찰단 파견)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그러나 이는 IAEA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전력이 운용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 주입과 외부의 지하수·빗물 유입 때문에 원전 건물 내에선 하루 140톤 안팎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한 차례 정화한 뒤 원전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해왔다. 이 물탱크가 '곧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측은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내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이른바 '처리수'라고 부르는 이 오염수엔 ALPS로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해양 방출시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올 여름부터 이 '처리수'를 바닷물에 재차 희석한 뒤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으로부터 약 1㎞ 떨어진 바다에 방류할 예정이다. IAEA는 6월 중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ntiger@news1.kr